IT업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박해린 기자의 IT인사이드 시간입니다.
박 기자, 정부가 10년 만에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명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죠.
통신사간 보조금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인데, 시장 반응 어떻습니까?
일단 소비자들 반응은 대부분 좋습니다.
대형 휴대폰 대리점 몇 곳에 물어보니, 단통법 폐지 결정이 전해지자 굉장히 많은 분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선 현재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삼성의 AI폰 갤럭시S24의 사전예약을 취소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통법 폐지가 휴대폰 가격 인하로 당연히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큰 겁니다.
다만 증권가와 통신사들의 시각은 좀 다릅니다.
증권가에선 통신사들이 전처럼 출혈 경쟁을 하지 않아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5G 가입자가 어느정도 안정화된 시기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10년 전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에 뛰어들지 않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실적 악화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통신사들도 지금으로선 "출혈 경쟁 않겠다, 그럴 여력이 없다"라는 입장입니다.
정부나 소비자들의 기대만큼 단통법 폐지 효과가 크지 않을까요?
"경쟁하지 않겠다"라는 통신사들의 답변은 사실 눈치 싸움이라고 봅니다.
3사 중 어느 한쪽이 가입자 유치전을 벌일 경우 나머지 통신사들도 가만히 있을 순 없거든요.
특히 지난해부터 점유율 2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KT와 LG유플러스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됩니다.
실제로 3위로 밀린 KT의 경우 갤럭시S24만 봐도 공시 지원금을 3사 중 가장 많이 지원하고 있고,
사전 예약에서 고가의 사은품을 지급하며 대대적인 가입자 유치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단통법 폐지시 경쟁 촉발이 예견되는 대목이죠.
이에 따라 통신3사의 영업익 4조원 시대가 저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자료를 보시면, 단통법 시행 후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게 된 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였습니다.
단통법 시행 직전 8조8천억원, 거의 9조에 육박하는 돈을 투입하다가
단통법 시행 일 년 만에 1조원 넘게 줄인 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0년 전 물가와 지금보다 훨씬 가입자 수가 적었던 것을 고려해 보면 1조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훨씬 크겠죠.
이렇게 줄인 마케팅비는 통신3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통신3사의 합산 영업익은 2021년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한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4조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리하자면 단통법 폐지 시 다시 보조금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매출 상승분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하면 3사가 마케팅비를 각각 2천억씩만 올려도, 4조원 시대는 저물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아울러 통신사들이 올해 3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인데다 중간 요금제 등도 이익을 줄이면서 통신사들의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단통법은 그럼 언제 폐지되는 겁니까?
꽤 시간이 걸립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선 총선 이후 국회도 구성해야 하고, 법안도 발의해야 하고요.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 상정과 심사, 의결까지 거치는 등 일련의 과정 후에 본회의 통과까지 이뤄져야 하거든요.
최소 6개월 이상, 길게는 1년까지도 소요될 전망입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 이전이라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당장 갤럭시S24의 공시지원금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현재 갤럭시S24에 적용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최대 27만6000원(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 수준인데, 이건 예고된 공시 지원금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통신사들의 지원금 경쟁을 가계 통신비 인하의 해법으로 본 만큼
통신업계는 향후 실적 방어를 위한 새 먹거리 창출이 더 절박해 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