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신규 상장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의 공모가가 희망 범위를 초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차전지 부품 기업 이닉스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희망 범위(9,200∼1만1천 원) 상단을 초과한 1만4천 원으로 결정됐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수요예측을 진행한 HB인베스트먼트와 우진엔텍, 포스뱅크, 현대힘스 등도 공모가가 범위 상단을 뚫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공모 시장 흥행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모가가 범위 상단 이상으로 결정되는 건 지난해 6월부터 바뀐 ‘공모가 가격제한폭’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는 공모가의 90~200% 이내에서 호가를 접수, 시초가가 형성된 뒤 이를 기준가격으로 가격제한폭(-30~30%) 내에서 상장일 거래 가격이 결정됐지만, 새 제도는 공모가의 60~400% 사이에서 시초가가 정해지는 것으로 바뀌었다.
초기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손실 폭이 더 커진 만큼 다소 보수적으로 가격을 써냈다면, 지난해 11월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공모가를 더 높게 올려 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한 기관투자자는 “최근 IPO 시장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상장 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어 일단 높게 참여해서 받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기관투자자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기초한 투자가 무의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밸류에이션을 신경 안 쓰고 기관투자자들이 무조건 공모가를 희망 범위 위로 쓰는 문화가 생기면서 공모가 거품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