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케이 지수가 버블경제가 터지며 무너졌던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역대 최고치 경신도 어렵지 않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먼저 긴 호흡으로 그동안 일본 증시의 흐름을 김동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지난 17일 일본 증시의 강세가 이어지며 니케이225지수는 장중 3만 5천을 넘기며 마감했습니다.
무려 33년하고도 11개월 만에 최고가입니다.
최근 일본 증시는 지정학적 영향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그동안 일본 증시에도 부침은 적지 않았습니다.
1985년 미국 정부는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달러 가치를 강제로 내리는 플라자 합의를 일본과 맺습니다.
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수출 부진을 만회하고 내수 부양을 위해 일본은 저금리 정책을 펼쳤고 이는 유명한 일본 '버블 경제'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저금리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졌고 주식과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1989년 니케이지수는 지금도 깨지지 않은 최고점을 기록했고, 세계 50대 기업 중 일본 기업이 33개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거의 140%대에 육박하는 등 저금리로 인한 부채 문제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칼을 빼 들었습니다.
1990년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 시행과 함께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거품이 꼈던 일본 경제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일본에는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왔습니다.
니케이지수는 고점 대비 80% 추락했고 끝이 없을 것 같던 증시 미끄럼틀은 15년이 지나서야 겨우 멈췄습니다.
여기에 사상 최악의 재앙도 일어났죠.
리먼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만 간 겁니다.
그러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 바로 아베였습니다.
아베는 버블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발표했습니다.
무제한 완화정책인 아베노믹스 발표 이후 실제로 엔화의 가치는 떨어졌고 니케이지수 역시 2013년 초부터 반등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아베의 해법도 일본의 오랜 고질병을 고치기는 어려웠습니다.
기업의 이익잉여금은 늘었지만 직장인들의 월급은 제자리였고 인구 고령화 문제는 계속됐습니다. 결국 일본 경제는 다시금 저성장의 늪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라는 과거의 영광은 멀어져만 갔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미·중 갈등 본격화와 함께 다시금 새로운 요충지로 떠오릅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을 세계 공급망 재편의 틈새시장이라 판단했고 작년 한 해에만 일본 주식 3조 엔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이는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한국경제TV 김동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