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한파'에 노출된 1억4천만명…'비상사태' 선포됐다

입력 2024-01-16 05:44
수정 2024-01-16 08:11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북극 한파'와 겨울폭풍으로 항공편 운항에 큰 차질이 빚어졌고, 도로에서는 교통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주 정부와 교통·에너지 당국에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몬태나주와 노스·사우스 다코타주 에서 체감기온이 영하 46도(화씨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등 살을 에는 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사우스다코타주 공공안전부는 성명에서 "동상에 걸리는 데는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경고하면서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미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주는 이날 체감기온이 영하 34도(화씨 영하 30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CNN 방송은 이들 지역을 비롯해 미국의 약 79% 지역에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미국 내 약 1억4천만명이 한파 경보와 주의보·경계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곳곳에서 강풍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육로와 항로 모두 교통이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편 정보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미국 내 항공편 1천916편이 취소됐고, 3천745편이 지연됐다.

미시시피주 교통부는 30개 카운티의 도로들이 얼음으로 뒤덮였다는 경고를 발령했다.

전날부터 이날 아침까지 오클라호마주와 테네시주, 켄터키주 등에는 총 5∼10㎝의 눈이 내렸고, 텍사스에서 미시시피주에 이르는 남부 지역에는 도로에 최대 2.5㎝의 진눈깨비가 내려앉았다. 영하의 기온에 진눈깨비가 얼어붙으면서 도로 사정을 악화하고 있다.

미시시피주의 댄 유뱅크스 주 하원의원은 전날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도로에 낀 살얼음 탓에 자신이 탄 차량이 6중 추돌 사고에 휘말렸다고 밝혔다.

아칸소주에서는 픽업트럭이 눈 덮인 고속도로에서 미끄러져 나무에 부딪히면서 1명이 사망하고 다른 1명이 부상했다.

북극 한파가 미국 남부 지역으로 내려가면서 이전까지 추위를 많이 겪어보지 않은 남부 주민들이 난방기구 등이 구비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시시피주의 한 월마트 직원은 페이스북에 "히터를 사러 월마트에 올 생각이라면 오지 말아 달라. 진열대에 몇 개가 있었지만 다 팔렸고 온열 담요도 없다. 제품이 들어오면 알려주겠다"고 글을 올렸다.

아칸소주는 전날 한파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NWS에 따르면 전날 아칸소주의 여러 도시에서 역대 최저기온과 강설량 기록이 경신됐으며, 노스리틀록의 최저기온은 영하 13도를 찍어 1979년에 세운 이전 기록인 영하 12도를 넘어섰다.

극심한 추위에 난방 수요가 치솟으면서 에너지 사정도 비상이 걸렸다.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닷컴에 따르면 현재 오리건주 약 10만가구(이하 상업시설 포함), 텍사스주 2만8천가구, 펜실베이니아주 1만1천가구, 미시간주 1만가구, 위스콘신 6천가구 등에 전기가 끊긴 상태다.

2021년 겨울폭풍과 대규모 정전사태로 큰 피해를 본 텍사스주에서는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가 이날 '절전 호소'(Conservation Appeal) 경고를 발령했다.

ERCOT는 "계속되는 영하의 기온과 기록적인 수요로 인해 운영 예비 전력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텍사스 기업과 주민들은 안전할 경우 전기를 아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한파로 유정이 얼어붙으면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미국의 가스 공급량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하루 약 9.6bcfd(10억입방피트) 떨어져 11개월 만의 최저치인 98.6bcfd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런 감소치는 2022년 12월 겨울폭풍 '엘리엇' 때의 19.6bcfd나 2021년 2월 한파 당시의 20.4 bcfd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