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전면 시행 '코 앞'..."동네 사장님도 예비 범법자"

입력 2024-01-15 17:38
수정 2024-01-15 17:38

약 열흘 후인, 이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됩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근로자 사망사고에, 사업주 책임을 묻는 건데요.

정부는 법 적용을 유예해 줄 것을 재차 국회에 요청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논의에 대기업에 비해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들은 폐업 위기를 맞을 것이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 뿌리산업 특화 단지인 인천 검단산업단지.

직원이 많아야 30~40명인 영세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이곳의 사장님들은 요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약 열흘 후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가 형사상 처벌을 감당해야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85만 곳에 이르는 영세 중소기업은 사장이 영업과 생산, 총무 등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처지.

사업주가 구속되면 경영공백이 극심해져 당장 폐업에 내몰릴 수도 있습니다.

[심승일 /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삼정가스공업 대표) :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같은 경우는 전문경영인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표이사가 전체적인걸 다해야 합니다. 대표가 구속되면 잘못하면 회사가 망하고 근로자들도 직장을 잃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 감축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전문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2년 간의 준비 기간을 달라고 호소합니다.

정부가 2026년까지 안전 전문인력 2만명을 키우고 내년부턴 영세 중소기업을 위해 '공동안전관리전문가'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지만, 당장이 문제입니다.

[이영규 / 영준금속 대표(인천표면처리협동조합 이사장) : 표면처리 업계에 2025년까지 유예돼 있는게 있는데, 기술사 채용입니다. 기술사는 박사급입니다. 연봉 최하 6천만원인 이들은 (영세 중소기업에) 와서 일을 하지도 않을 뿐더러 인력조차 부족한 상황인데 거기에 중대재해법까지 적용시키면 도산할 수 밖에 없고….]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적용은 산업 현장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개인 사업주인 직원 5명 이상의 동네 빵집이나 음식점, 주유소 사장님까지도 그 대상.

자칫 민생 경제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다급해진 정부는 법 적용 유예를 재차 촉구하고 있지만, 거대 야당의 반대로 국회의 높은 벽을 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정식 / 고용노동부 장관 : 지난해 9월 7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중소기업의 절박한 호소가 지속되고 있지만 국회에서 개정안이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시일이 촉박한 만큼 여야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정안을 논의하고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여야는 오는 25일 1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상황. 중소기업들의 폐업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