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덫 놓고 동남아 경찰에 체포 사주한 일당

입력 2024-01-06 08:23


21년 동안 알고 지낸 이가 동남아 현지에서 성매매 혐의로 체포되도록 일을 꾸민 후, 석방시켜줄 수 있다며 거액을 뜯어낸 일당들이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총책 박모(64)씨에게 징역 5년, 함께 기소된 권모(58)씨에게 징역 4년, 김모(67)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4일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60대 사업가 A씨에게 "징역 5년은 살 것 같다, 100만달러를 주면 사건을 무마할 수 있을 거 같다"며 13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조사 결과 A씨가 체포된 것은 이들의 '셋업(Set up) 범죄'(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범죄자로 몰아간 뒤 돈을 뜯어내는 방식)로 드러났다.

박씨는 2002년께 골프장에서 처음 만나 20년 넘게 모임에서 함께 골프를 친 A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박씨는 A씨가 자신을 포함한 골프 친목회 회원들과 지난해 6월 30일 캄보디아로 출국할 것을 미리 알고 현지 브로커를 통해 '체포조'로 나설 캄보디아 경찰을 섭외했다.

권씨는 A씨가 현지 여성과 성매매하도록 유도했고, 이튿날 미리 섭외한 캄보디아 경찰이 약속대로 A씨와 권씨를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해 경찰서로 압송했다.

박씨는 다른 자금책을 통역으로 내세워 돈을 주지 않으면 캄보디아에서 장기간 구금될 것처럼 전했다. 이에 A씨는 이튿날 13억원을 국내 계좌로 보내고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귀국한 일당은 추적을 피하고자 은행을 돌며 13억원을 큰 액면에서 작은 액면의 수표로 쪼개는 방식으로 현금화해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공범들과 사전에 역할을 분담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수단과 방법, 공범의 수, 피해액에 비춰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특히 박씨는 20년 이상 친구로 알던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총괄했다는 점에서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재산 피해 중 일부인 7억5천만원은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