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당국이 범죄 용의자 수색 등에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와 기술 오류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AFP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 경찰은 기차역 등 인적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 첨단 AI 카메라로 행인들의 얼굴을 스캔, 생체정보를 용의자 감시 정보와 대조하는 라이브 안면인식(LFR) 기술을 사용 중이다.
지난해 7월 자동차 경주대회인 영국 그랑프리나 5월 찰스3세 국왕 대관식 때도 이 기술이 사용했는데, 정부는 용의자를 체포하는 등 효과가 있었다며 활용을 늘릴 계획이다.
마크 롤리 런던경찰청장은 지난해 9월 이 기술로 군중에서 용의자를 찾아내는 데 큰 효과를 봤다면서 "30년 전 DNA가 그랬던 것처럼 (AI 안면인식 기술이) 수사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일부 의원들은 개인정보 보호 관련 기관에 공개서한을 보내 "얼굴인식 감시는 민감한 생체 정보를 본인도 모르게 대량으로 취급한다"며 "이는 영국 대중의 권리에 심각한 위험이 되며 공공장소가 기업과 정부의 지속적 통제 아래 있다는 인식을 준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경찰이 이 기술을 잘못 사용해 부당한 개입을 한 사례가 최소 65건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교복을 입은 14세 남학생이 경찰관들에게 체포되고 지문을 채취당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빅브러더워치'의 마크 존슨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빗대어 "이 기술은 우리를 '걸어 다니는 신분증'으로 만드는 오웰식 대량 감시도구"라고 비판했다.
또한 활동가들은 경찰의 감시 명단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투명하게 감독 되지 않는다며, 경찰이 실제 혐의가 없는 시위자나 정신질환자도 감시명단에 올렸다고 의심한다.
앞서 유럽 의회는 지난해 6월 통과시킨 AI 규제법 협상안에는 공공장소에서의 라이브 안면인식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같은 해 1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회원국 대표도 이 법안에 합의했는데, 안면인식 생체정보 스크랩을 금지하되 테러 예방, 범죄 용의자 추적 등을 위한 일부 안면 인식은 허용했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하원의원은 "라이브 안면인식을 의회가 명시적으로 승인한 적은 없다"며 "이는 영국에 설 자리가 없는, 의심할 여지 없는 대량 감시 도구"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