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설' 푸틴 정적, 악명 높은 교도소로 이감

입력 2023-12-26 20:44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에 있는 교도소로 이감된 이후 소식이 묘연했던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근황을 알렸다.

나발니는 2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나는 양가죽 코트와 귀마개가 달린 모자가 있고 곧 겨울 부츠를 받을 것"이라며 "지난 20일 동안 나는 턱수염도 길렀다. 이곳에는 사슴은 없지만 거대하고 아름다운 양치기 개가 있다"고 적었다. 방한 보급품에 의지해 시베리아의 가혹한 추위를 견뎌야 하는 처지를 산타클로스로 변신했다는 농담으로 풀어 전한 것이다.

그는 북극지역인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하르프 지역에 있다면서 "20일간 매우 피곤했지만 산타클로스답게 기분이 좋다"며 전날 변호사와 면회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하르프의 기온은 최저 영하 18도로 예상되며, 다음 달에는 최저 영하 29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나발니는 지난 6일 그의 변호사 키라 야르미시와 마지막으로 면회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져 지지자들의 우려를 받았다. 하지만 야르미시는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나발니의 소재를 찾았다며 현재 하르프에 있는 IK-3(제3교도소)로 이감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전까지 나발니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235㎞ 떨어진 멜레코보의 제6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나발니는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아무도 만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현재 감방에서는 울타리만 보이지만 눈이 쌓인 옆방에서 산책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쨌든 내 걱정은 하지 말라. 나는 괜찮다. 드디어 감옥에 와서 기쁘다"며 "나의 선물이 궁금할 텐데, 나는 '특별 체제'의 산타클로스이기 때문에 나쁜 행동을 한 사람에게만 선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정부 운동을 주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평가받는 나발니는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제3교도소가 러시아의 가혹한 교도소 중 한 곳으로, '북극의 늑대'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나발니 텔레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