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보유금액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 주식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갖고 있더라도 보유금액이 50억 미만이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연말만 되면 대주주 지정에 따른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물량을 쏟아내는 일이 줄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지난 14일부터 최근 5거래일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주식은 4조6천억원.
특히 주식 큰 손들이 포트폴리오에 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주가 순매도 상위 종목이었습니다.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기준으로 개별 주식을 10억원 넘게 보유한 경우 대주주로 지정돼 주식 처분에 따른 양도차익에 대해 최대 25%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러한 과세 부담을 덜기 위해 개인들이 회피용 매도 물량을 대거 내놓는 겁니다.
올해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5년간 연말이 되면 2조원에서 많게는 7조원 이상의 개인 순매도가 나타났고, 그 여파로 증시가 출렁이면서 애꿎은 개미들만 피해를 봤습니다.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올린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대주주 기준이 올라가면서 연말 개인 매도 물량은 상당폭 줄어들 전망.
반복되던 증시 변동성이 줄어들면 연말 주가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혼란도 줄어드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상위 0.05%의 증시 '큰 손'들만 직접적인 감세혜택을 보게 되는 만큼 결국 부자감세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주식시장이 안정되면 결국 소액투자자들에게까지 수혜가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박금철 /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 : 연말 세부담 회피를 위해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기 때문에 시장에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면서 소위 개미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에 변동성을 완화시켜서 시장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또 지난해 여야가 올해 도입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연기하면서 '대주주 기준 10억원 유지'에 대해서도 합의했지만 야당과 협의 없이 정부 단독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대주주 기준을 올린 상황.
이에 금투세 합의사항도 바뀔 수 있어 관련 불확실성과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홍기용 /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 2025년부터 5천만원 주식 소득에 과세하는 금투세와 대주주 범위 완화는 함께 종합 검토해 발표해야 했는데 시기적으로도 늦었고 예측가능성이 있는 발표가 이뤄지지 못해 효과성에서는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