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 벤처 창업 생태계 성장을 이끈 주요 투자자들이 법안 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기업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미리 정하고 사전에 규제할 경우 기업들이 공정위가 정하는 규제 커트라인 이상으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2000년 한국에 첫 발을 디딘 이후 한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회사다. 당근마켓과 하이퍼커넥스, 네이버제트 등에 투자해 유니콘 신화를 함께 만들며 창업 생태계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현재 추진되는 플랫폼경쟁촉진법이 그대로 도입되면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오히려 외국 플랫폼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얻게 해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스타트업에서 출발, 글로벌로 진출해 성장하는 네이버,배민, 쿠팡 등 국내 테크 기업만 대상으로 무작정 고민이 덜 된 규제를 하면 누가 큰 그림을 보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냐"고 비판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위가 추진하는 법 관련 논의에 우리(벤처캐피탈 투자자들)도 꼭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남겼다. 그는 "온플법은 회사들이 어느 정도 커지면 더 제한을 받아야 하며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며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특히 지금의 공정위 법안 추진 상황은 지난 2010년 초기 국내 동영상업체인 판도라 TV가 유튜브에 밀려 몰락한 과거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래 전 동영상 서비스가 생겼을 때 판도라TV의 인기가 높았고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를 판도라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당시 ‘불법 비디오가 올라오면 무조건 플랫폼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법이 통과돼 판도라TV를 보던 소비자들이 다 유튜브로 올라가면서 회사가 몰락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재계와 IT 유관 단체들도 온플법 제정 반대에 나서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은 최근 "(플랫폼법이)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하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고 밝혔고, 정보기술(IT) 5개 단체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도 "온라인 플랫폼 사전 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의 핵심 내용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미리 지정하고,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등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는 매출액·이용자 수·시장점유율 등 정량 요건에 시장 내 영향력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업계에선 "국내 기업용 규제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