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대한 군인 아빠에 대해 군사법원이 가벼운 벌금형을 내려 아이 엄마가 민간에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지난해 아이들을 계속 학대해온 남편 B씨와의 결혼생활을 끝내기로 결심하고 그를 아동학대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B씨는 각종 구실로 회초리로 자녀들을 때리거나 손찌검했고, 자녀끼리 다툼이 일어나자 1명을 세탁실에 넣고는 불을 켜지 못하게 한 채 오밤중에 약 3시간 동안 가두기도 했다.
A씨가 이를 말리려고 할때 마다 심한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아이들이 '우리 때문에 부모가 싸운다'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본 A씨는 가정을 유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A씨는 최근 몇 년간 일어난 학대 사건의 증거를 모아 경찰서를 찾았지만 B씨가 군인 신분인 탓에 민간 경찰에서 1차 조사를 마친 뒤 사건은 군 경찰과 검찰에 넘겨졌다.
수사 과정에서 되레 A씨가 아동학대를 교사했다는 의심을 받아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녀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나 피해자 국선 변호사 등 조력자 없이 군 검사와 단독으로 조사받았다.
A씨는 "민간 경찰에서 조사할 때는 조력자들 입회하에 조사가 이뤄져 안심됐는데, 아빠가 군인이라는 이유로 아동학대 사건 관련 전문 인력이 없는 군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맡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 기준이 아니라 피해자 기준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A씨는 스터디 카페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민간 경찰 조사실에서와 달리 방음도 되지 않아 편하게 말하기 어려웠다. 군 수사기관이 부대 안에서 조사하면 피해자가 압박감을 느낄 것을 우려해 스터디 카페 등 외부 공간을 이용해 조사하곤 하기 때문이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 남편을 법정에 세웠지만 군사법원은 A씨에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을 뿐이다. 벌금형은 군인 직위와 연금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자녀들을 상대로 한 상습아동학대와 상습특수폭행 외에 다른 범죄사실도 있었지만, 재판부는 자녀들을 훈계하려다가 학대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 아이가 '(아빠에게) 약간 벌을 주고 교육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민간 법원에서는 아동학대 유죄 판결을 내릴 때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부과하지만, 군법 적용 대상자에게는 보호관찰법에서 규정하는 보호관찰, 사회봉사, 수강명령 등 보안처분을 내릴 수 없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2022년) 발생한 아동학대와 폭력 사건 125건 중 73건(58.4%)이 불기소 처분됐고, 단 2건만이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군인 가족은 관사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아동학대가 발생하더라도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실제 아동학대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A씨 사례를 전해들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 2월 군인 아동학대 사건을 민간에서 수사하고 처벌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 의원은 20일 "군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고, 범죄자에 대한 부실한 조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아이들이 또다시 위험에 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