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반군 후티에 위협받는 홍해를 통한 석유 수송량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4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분석한 유조선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홍해를 지나는 석유 수송량은 일일 380만 배럴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에 비해 1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러시아가 서부 항구에서 홍해를 거쳐 아시아 시장으로 수송하는 석유는 일일 12만 배럴에서 약 14배인 170만 배럴로 증가했다.
중동에서 홍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석유는 일일 87만 배럴에서 130만 배럴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물류정보업체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석유 수송량은 일일 170만 배럴에서 350만 배럴로 증가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가한 데 따른 물류 변동의 결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은 지난해 12월 5일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 2월부터는 러시아산 정제 유류 제품까지 가격 상한제를 확대했다. EU 자체적으로는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대체 시장으로 모색했다. 이는 유럽에 있어서는 중동으로부터 홍해를 통한 석유 수입이, 러시아에 있어서는 홍해를 통한 아시아로의 석유 수출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홍해의 위기가 석유를 수입하는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 이전보다 더욱 큰 위기로 다가오게 됐다.
블룸버그는 후티 반군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조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를 공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짚었다. 다만 일촉즉발의 위기가 계속되는 홍해에서 러시아 상선이 우발적으로 공격당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홍해에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개입하려는 후티 반군이 유조선과 화물선을 공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주요 선사들이 수송로를 변경하고 유가가 급등하고 있으며,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다국적 함대를 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