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개년 배당정책이 올해를 끝으로 종료되면서 새 배당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불황으로 배당액을 늘릴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인데요.
자세한 내용 증권부 신재근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실적이 안 좋았지 않습니까. 새 배당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 아닌가요?
증권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배당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3개년 동안 벌어들인 잉여현금흐름(FCF)을 감안해 다음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데요. 2021년부터 올해까지는 1년에 주당 1,444원의 배당을 실시했습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내년 1월 실적 발표 시점에 맞춰 새로운 3개년 배당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잉여현금흐름이 직전 2018년부터 2020년과 비교해 악화됐기 때문에 배당재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올해 실적이 아직 최종 집계되진 않았지만,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을 모두 합치면 28조 원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직전 3개년 잉여현금흐름(85.2조 원)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삼성전자가 잉여현금의 절반을 배당하겠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3년간 사용할 수 있는 배당재원은 14조 원, 연평균 4조6천억 원 정도란 계산이 나옵니다.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정규 배당 지출금(30조 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입니다.
표면적인 수치로만 보면 배당금을 줄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배당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면서요?
배당의 연속성 차원에서 배당을 줄이게 되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삼성이 배당정책을 후퇴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배당은 주가 하단을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배당을 줄이면 하단도 낮아지기 때문에 주가에는 부정적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매매할 때 배당률과 금리를 비교해 투자한다"며 "배당을 줄이면 배당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배당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아무리 반도체 업황이 좋지 못했더라도 삼성전자 주가가 6만 원 밑으로 안 빠졌던 이유도 안정적인 배당 덕분이란 설명입니다.
다만 잉여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황에서 배당재원, 즉 현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합니다.
삼성전자는 이익의 70%를 해외에서 벌어들인 반면 투자금의 70%를 국내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해외서 돈을 벌고, 국내서 돈을 쓰는 구조인 셈입니다. 가뜩이나 벌어들인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전만큼의 배당금 지출을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래도 고무적인 부분은 내년부터 삼성전자의 이익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죠?
올해 영업이익은 8조 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내년엔 38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I용 고대역폭 메모리 HBM3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AI 시장이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말과 내년 초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의 HBM3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내년 출시되는 GPU에 탑재되는 HBM 개수가 늘어나는 점도 삼성전자 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주장에 힘을 보탭니다.
현재 클라우드 GPU에는 4개의 HBM이 들어가지만, 점차 대용량 고성능 AI 컴퓨팅이 가능해지면서 8개의 HBM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가격과 판매가 모두 늘어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서 영업이익 추정치가 시장 예상치(33조 원)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종합하면 한두해 실적이 고꾸라졌지만, 인공지능(AI)이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나면서 삼성전자의 이익이 회복하게 되고 배당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