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비자금 스캔들이 '기시다파'로 번지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위기에 몰렸다.
기시다 총리는 13일 연 기자회견에서 "정치 신뢰 회복을 향해 자민당의 체질을 일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속하게 인사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14일 각료 인사에 나설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기시다파도 수천만엔(약 수억원)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쉽게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고 현지 언론은 짚었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파는 2018∼2022년에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를 개최하면서 소속 의원이 판매한 '파티권' 수입 중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자금 수천만엔을 마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기시다파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그동안 강하게 부정해 왔던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 질문에 "사무국에 (정치자금 보고서를) 자세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으며,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되면 적절하게 설명하도록 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자민당 정치자금 문제를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금까지 아베파 비자금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왔지만, 또 다른 파벌인 기시다파와 니카이파도 파티 수입을 부실 처리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회장을 맡았던 기시다파에서도 정치자금 파티 부실 기재 의혹이 부상했다"며 "대응에 따라서는 여당 내에서 나오기 시작한 총리 퇴진론에 박차가 가해지고, 치명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을 '진화'하기 위해 14일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아베파에 속한 각료 4명을 사실상 경질할 방침이다.
아울러 차관급인 부대신으로 임명된 아베파 5명도 전원 교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대신보다 직위가 낮은 차관급인 정무관 6명은 일부를 유임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관측했다.
일본 정부 고위직인 각료·부대신·정무관에서 아베파 인사를 전부 축출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일부를 남겨두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소속 의원이 99명으로 가장 많고 보수층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아베파를 배려해 기시다 총리가 적절한 선에서 타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아사히는 "모든 아베파 의원을 정무 3역에서 제외한다는 애초 방침을 실행하지 못한다면 총리의 구심력 저하에 박차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