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부품을 생산하는 H 사의 장 대표는 20년간 개인사업을 운영하다 8년 전 법인으로 전환했다. 장 대표가 법인 전환을 한 이유는 매출 상승으로 인한 사업 확대도 있었지만, 가업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장 대표는 법인 전환 후 가업승계 계획을 착실히 세웠다. 기업 활동에 매진하는 동시에 후계자 교육을 했고,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주식 이전 계획과 가업승계 시 절세방안까지 마련하는 등 제도정비와 상속세 재원 마련에 힘썼다. 그 결과 은퇴자금까지 마련하며, 성공적으로 가업승계를 마칠 수 있었다.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J 사의 김 대표는 가업승계를 고려해 사업을 축소할 계획을 세웠다. 3년 전부터 대표의 개인 재산을 늘리고 사업 규모를 줄였으며, 기업을 매각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매각은 예상과 다른 전개로 나아갔다. 예상했던 매각대금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진행됐고, 김 대표의 사후에 자녀들이 감당해야 할 상속세 부담도 매우 컸기 때문이다.
가업승계는 단면만 보고 접근하면, 대부분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대표이사가 어떤 인식과 방법으로 접근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원활하게 가업승계를 진행하는 기업은 일부다. 장기간에 걸쳐 가업승계를 준비한 기업이 있는 한편,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기업이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저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하는 경우에는 6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세금 부담으로 인해 지분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거나 M&A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2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의하면 창업 경영자 1세대 중 62.5%는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계획이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승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조세부담 우려(76.3%)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가업승계 정부 정책부족(28.5%), 후계자 경영교육 부재(26.4)를 꼽았다. 대한민국 사업체의 99.9%를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세금 부담으로 인해 가업승계 포기를 선택하는 기업이 많은 것이다.
작년 7월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기업인이 사망 후 자녀 등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 세금을 공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회는 작년 말, 가업상속공제 중견기업 대상 범위를 ‘매출 5천억 원 미만’으로 하고, 공제액은 600억 원, 영농상속공제는 30억 원으로 하는 내용을 통과시켰다.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제도도 올해부터 대폭 확대됐다.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동일하게 중소기업, 중견기업 매출 5천억 원 미만, 증여자 지분 50%에서 40% 이상은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 가능한 것으로 대상을 통일했다. 또한 부모의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증여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가업승계 특례제도의 사후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축소됐다. 대표이사의 취임기한도 5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단축됐다.
뿐만 아니라 증여받은 사람이 가업승계 증여특례 아닌 납부유예를 선택할 수도 있다. 증여세 납부유예는 수증자가 증여받은 가업승계재산을 양도, 상속하는 시점까지 총 증여재산가액 중 가업승계 증여재산가액 비율만큼 증여세 납부를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지원제도 활용 외에도 가업승계를 위한 주가 관리와 상속재원 마련,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 주가를 관리하여 가장 낮게 평가되는 시점에 사전증여를 통한 지분이동을 해야 하고, 가업승계의 시점에서 예상 세액을 분석하고 소요자금 마련을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가업승계는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며, 기업의 지배구조를 파악하고 승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 사후관리와 세금, 법적 규정과 절차 등을 고려해야하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바람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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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 김진술, 김성현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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