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체로 무릎 꿇은 남성…"인권은 어디에"

입력 2023-12-09 12:15


이스라엘군이 반나체의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붙잡아두고 감시하는 듯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에 떠돌면서 비인도주의적 대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을 구금한 것이라 주장했으나, 민간인이 섞여 있다는 지적과 우려도 제기된다.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돌고 있는 영상을 보면 가자지구의 시내 도로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남성들을 잡아놓고 경비를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00명이 넘는 이 남성들은 속옷만 걸친 채 무릎을 구부리고 바닥에 줄을 맞춰 쪼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거리엔 벗겨진 신발과 옷들이 널려있다.

로이터통신은 영상 속 장소가 가자지구 북동쪽에 위치한 베이트 라히아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하기 전 민간인들에게 대피를 권고했고, 이후엔 이스라엘군에 포위된 지역이다.



같은 날 저녁 온라인에는 팔레스타인 남성 수십명이 큰 구덩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언론은 이 영상이 하마스 대원들의 항복을 보여준다고 보도했고, 정부도 하마스 대원을 구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거리에 구금된 팔레스타인인들 영상과 관련한 질문에 이들은 모두 군인 연령의 남성으로, "몇주 전 민간인들이 대피해야 했던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중 민간인들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우선 거리에 잡혀있던 남성 중 팔레스타인 유명 언론인 디아 알칼루트도 구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런던에 본사를 둔 아랍어 뉴스 매체 '알 아라비 알 자디드'는 현지 특파원인 알칼루트가 그의 형제, 친척 그리고 '다른 민간인들'과 함께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군이 이들에게 옷을 벗도록 강요했고, '침략적인 수색과 굴욕적인 대우'를 했다며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에 언론인 체포를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BBC방송은 베이트 라히아에서 사촌 10명이 이스라엘군에 잡혔다는 팔레스타인 남성의 주장을 전했다. 이 남성은 이스라엘군이 메가폰을 잡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집과 유엔 학교에서 나오라고 명령했다고 했다.

여성들에게는 인근 병원으로 가라고 지시했고, 남성들에게는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총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사촌 중 7명은 풀려나 돌아왔지만, 나머지 3명의 운명은 알지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온라인에는 뇌전증을 앓고 있는 형이 체포 영상에 등장했다는 팔레스타인 남성, 12세 조카 등 친척들이 체포된 모습을 사진으로 접했다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의 글 등이 올라왔다.

후삼 좀로트 영국 주재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는 "이스라엘 점령군이 유엔 보호소에서 납치한 민간인을 억류하고 인권을 박탈하는 잔혹한 이미지"라며 "인류 역사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