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부터 경쟁하는데"…돈 없어 애 못 낳는 사회

입력 2023-12-08 06:00
수정 2023-12-08 06:01


딩크족(자녀가 없는 맞벌이부부) 등 무자녀 가구들은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로 시간·경제적 여유 외에도 경쟁이 심한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7일 저녁 서울 서초구 아지토리에서 저출산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첫 번째 '패밀리스토밍' 자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자녀 계획이 없거나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 청년 세대 '무자녀 부부' 12명이 참석해 출산에 관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솔직한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에서는 무자녀 부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이의 입시 전쟁에 참전할 자신이 없다"고 밝힌 참가자 이모 씨는 "아이 성적은 곧 부모 성적표다. 지금은 학력 수준이 높아진 부모들 경쟁심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오죽하면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거라고 비하하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나왔겠어요"라고 한탄하며 "아이들끼리 비교하는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는 "아이를 학교에 태우고 갔을 때 아이 기가 죽을까봐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로 바꾼다는 부모들이 있다고 해 걱정이다"는 고충도 나왔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이를 낳고 남들 사는 만큼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도 털어놨다.

"차가 두세 대씩 있는 집들을 보다 보니 '우리도 세 대는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 참가자는 "사람들이 비교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개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준치를 점점 높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긴 근로 시간과 열악한 보육 환경을 출산하지 않는 이유로 꼽은 이들도 많았다.

"맞벌이하는 부부인데 집에 오면 잠만 겨우 자고 주로 외식을 한다"는 백모 씨는 "아이를 돌봐주지 못할 것 같은데 나를 원망할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좋은 어린이집 찾기가 너무 힘들다",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라도 하면 아이를 아무 데도 맡길 수 없다"며 위탁 보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얘기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그렇다고 노령의 부모님께 맡기자니 부모님의 노후가 걱정된다"며 "조부모가 나이 들어서까지 본인의 노후를 챙기지 못하고 손자를 보는 게 당연해질까봐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행사를 주재한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은 치열한 고민의 결과"라며 "저출산으로 우리나라가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되지 않도록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속하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저출산 해법을 찾기 위해 미혼 가구·다자녀 가구 등과도 패밀리스토밍을 개최할 예정이다. 제시된 대안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인구정책기획단 회의를 통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