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황혼 육아' 갈등..."내 인생 즐길래"

입력 2023-12-04 16:43


미국에서도 부모와 자식 세대 간 '황혼 육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3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올해 33세인 크리스트자나 힐버그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바쁠 때마다 조부모님 집에 가서 지내곤 했지만, 자신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니 부모님들이 손주들을 돌봐주는 시간을 그만큼 내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힐버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바쁘시면 당연하게 할머니 댁에서 지냈다"면서 "지금은 부모님께 내 아이들을 맡기려면 몇개월 전부터 여행 계획이 있으신지 여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녀인 밀레니얼 세대와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 사이에 여러 요인들 때문이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비교적 노후 대비를 잘 해둔 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베이비붐(1946∼1964년 출생) 세대의 총자산은 78조 달러(10경 1천790조 원)에 달해 다른 세대보다 훨씬 많다.

반면 1946년 이전 출생한 초고령 세대의 총자산은 18조7천억 달러, X세대(1965∼1980년 출생) 46조1천억달러, 밀레니얼 세대(1981년 이후 출생) 13조3천억 달러에 불과했다.

덕분에 베이비붐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이 여행과 외식에 돈을 쓰는 성향인 것으로 지난 5월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 나타났다.

미 심리학자인 레슬리 돕슨은 "베이비붐 세대는 인생의 4분의 3 지점에서 '맙소사, 내 삶이 거의 끝나가네'라고 느끼고 노년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삶을 찾는 부모에게 밀레니얼 세대는 외면 당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요즘 부모들이 아이를 늦게 낳는 경향도 갈등의 소지가 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에 따르면 1970년에는 첫 자녀를 낳는 평균 연령이 21.4세였으나 2000년에는 27.2세로 올라갔다. 이처럼 밀레니얼 부부들이 주로 30대나 40대에 자녀를 낳으려는 추세이다 보니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보다 더 고령의 나이에 조부모가 된다.

이에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육아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게 되며,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조언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 단체 '미국인의 삶 조사 센터'의 대니얼 콕스는 예전에는 초보 엄마, 아빠들이 친척에게서 지혜와 도움을 구했지만 이제는 구글과 핸드폰 앱을 찾는다고 분석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독립을 바란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61세인 넬라 핸슨은 이제 11살이 된 첫째 손녀를 아기 때부터 헌신적으로 돌봤으나, 자신이 최근 재혼한 것을 계기로 둘째, 셋째 손주와는 그만큼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핸슨은 "이전만큼 해주지 못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면서도 이제는 재혼한 남편과 자신의 삶을 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