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구상에서 쓸어버리겠다고 공언했던 이스라엘이 1년 넘는 장기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고강도 지상 작전을 벌인 뒤 '전환·안정화'를 위해 저강도 군사작전을 펼치는 다단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강도 지상 작전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까지 깊숙이 밀고 들어가면서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 무함마드 데이프, 마르완 잇사 3명을 살해하는 암살 작전도 포함됐다.
일정은 지상전 진행 정도, 국제사회 압박, 이스라엘 인질 석방 기회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이들은 고강도 지상 작전이 몇 달 걸릴 것으로 추정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논의에 관해 잘 아는 한 인사는 "몇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부 지역 공격은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도시이면서 신와르와 데이프의 고향인 칸 유니스와 이집트 접경 지역인 라파가 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가자-이집트 국경과 지하 밀수 터널이 하마스가 군사력을 재건하는 데 있어서 산소공급로와 같기 때문에 이들 두 곳이 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지상전으로 남부 지역에 민간인이 200만명이 몰려있다는 점은 이스라엘로서도 부담이다.
이후 전환·안정화 단계는 2024년 말까지 계속될 수 있는데 명확한 시기는 불분명하다. 이는 가자지구를 하마스가 없는 새로운 질서에 대비시키는 과정이다.
한 이스라엘 관리는 이전의 군사작전이나 전쟁과 달리 이번엔 확고한 종말점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FT가 전했다.
앞서 영국 일간 더 타임스도 이스라엘군이 일시 휴전이 끝나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궤멸을 위한 장기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FT에 따르면 이스라엘 한 관계자는 가자시티 북부 지역 작전도 아직 40%만 이뤄졌으며 북쪽 전체로 2주∼1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예비역 장성으로 정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연구소의 상무이사인 타미르 헤이만은 이스라엘군도 민간인이 대규모로 폭사한 가자지구 북부와 같은 작전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지가 전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마을이나 구역 단위로 민간인을 대피시킨 뒤 지상과 지하 터널을 공격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헤이만은 "이 전략은 아주 긴 전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식이 실행 가능하다면 이스라엘군은 전쟁이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가디언지는 전쟁 장기화와 추가 대피에 관한 전망이 나오면서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목표가 가자지구의 인구를 줄이는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