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인데 치료비 좀"...사망 자작극 벌인 사기범

입력 2023-12-02 08:27


하모(남) 씨는 지난 2020년 6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찻집의 직원 남모(47·여)씨를 만나 친분을 쌓았다.

이듬해 10월 남씨는 "유방암에 걸렸다"며 치료비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대신 받으라"는 말도 더했다. 이에 하씨는 2021년 10월 남씨에게 57만원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4개월 동안 35회에 걸쳐 총 2천900만원이 넘는 돈을 줬다.

그러다 지난해 2월 하씨는 남씨가 사망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곧 자신을 남씨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김모 씨가 나타나 "남씨의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한 법률 자문 비용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이에 하씨는 같은 해 7월까지 5개월간 30회에 걸쳐 총 2천820만원을 김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자작극이었다. 남씨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적도 없고 멀쩡히 살아있었다. 남씨가 사망했다는 메시지와 부의금을 요구하는 메시지 모두 남씨가 직접 보낸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사기죄로 복역 후 누범기간 중 또 사기를 저지른 것이었다.

결국 남씨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달 17일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정우철 판사는 "사기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거쳐 징역형까지 선고받아 1년간 복역했음에도 출소 후 누범기간 중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되풀이했다"며 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위중한 질병에 걸렸다거나 심지어 사망했다는 황당한 거짓말을 전해 약 9개월간 치료비·부의금 명목으로 총 5천700만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또 "현재까지 피해자는 아무런 피해 배상을 받지 못했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