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철거로 '16억원' 뱅크시 작품 사라질 판

입력 2023-11-30 16:24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영국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의 벽화가 건물 철거로 인해 사라지게 됐다. 이 벽화의 가치는 약 100만 파운드(약 16억원)로 추정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 벽화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이후인 2017년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주요 통로인 도버 여객항 근처에 그려졌다.

사다리를 탄 한 일꾼이 EU 깃발 안에 그려진 노란색 별 하나를 망치로 깨서 없애는 모습을 그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풍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원을 숨긴 채 익명으로 활동하는 뱅크시는 벽화가 그려진 뒤 대리인을 통해 이 그림이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밝혔다. 이후 벽화는 마을의 주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지만, 2019년 건물 외벽에 도료가 덧칠돼 사라지게 됏다.

도시 당국은 지워진 그림을 복원하고자 시도해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도시 전체에 대한 재생사업이 진행되며 건물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도버 시 의회 대변인은 CNN에 "철거를 승인하기에 앞서 작품 보존에 관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고, 시 의회는 뱅크시의 벽화를 복원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지역 세금을 들이지 않고서는 실행 가능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 의회는 해당 벽화가 그려진 것과 2019년 덧칠된 일 모두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철거를 담당한 업체가 건물 잔해를 수거해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업체 대변인은 "벽화가 한 차례 덧칠됐고 상태가 좋지 않아 성공 여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작업자들이 "(그림 속) 별들과 남자, 사다리 부분을 손상되지 않은 채로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철거 업체는 그림 복원에 드는 모든 비용을 직접 충당하는 대신 복원에 성공할 경우 해당 그림을 소유하기로 했다.

뱅크시 측은 건물 철거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뱅크시의 작품은 공공장소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종종 훼손되곤 했다. 그의 '스파이 부스'는 2016년 건물 공사 과정에서 사라졌으며, 올해 2월에는 영국 마게이트의 한 마을에 버려진 냉장고로 만들어진 작품이 뱅크시의 것으로 확인되자 몇 시간 만에 절도 당했다.

뱅크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