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인류, 남녀 직업 모두 같았다"

입력 2023-11-28 16:58
수정 2023-11-28 17:05


선사시대 인류 가운데 남성은 사냥을 하고 여성은 채집을 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지지만, 이를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 노트르담대 인류학부 카라 오코보크 교수는 델라웨어대 생물고고학 세라 레이시 교수와 함께 약 2만5천∼1만2천년 전 구석기 시대의 성별 분업에 대해 연구한 논문 2편을 최근 학술지 '미국의 인류학자'에 게재했다. 이 논문의 핵심은 생리학적으로도, 고고학적으로도 남녀 각각의 성별에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생리학적으로 당시 여성은 힘든 육체적인 작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사냥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하기 전 초기 단계에서는 동물들을 지치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사냥꾼의 지구력이 중요한데, 신진대사 면에서 여성이 지구력이 뛰어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는 호르몬과 신체 구조 때문이라고 논문은 주장한다. 여성에게 많은 호르몬 에스트로젠과 아디포넥틴은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운동 중 탄수화물, 단백질보다 지방을 먼저 에너지로 사용해 같은 에너지로 더 오래 활동하고 피로를 늦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여성의 넓은 엉덩이를 회전하면서 보폭을 늘릴 수 있는데, 보폭이 클수록 신진대사를 효율화하고 더 멀리, 더 빨리 갈 수 있다. 지구력과 효율성 면에서 남성보다 장점이다. 오코보크 교수는 "인간 생리학을 보면 여성은 마라톤 선수, 남성은 역도 선수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고학적 증거들을 보면 선사시대 여성과 남성 모두 매복 방식으로 대형 동물 사냥에 참여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문화권에서는 여성들도 사냥 장비와 함께 묻힌 흔적이 발견된다. 오코보크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하거나 빈번하게 썼던 것이 아니라면, 자주 같이 묻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생존이 중요했던 선사시대에 사냥은 남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임무였다고 오코보크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업무를 전문적으로 맡을 정도로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의 수가 충분치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두가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섹스와 젠더가 주목받는 우리 사회의 현재 정치적 순간에 특히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여성의 신체적 열등함에 대한 생각들을 바꿀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