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손실에 긴장한 증권사…"판매절차 개선 필요"

입력 2023-11-27 17:59
수정 2023-11-27 17:59
금감원, 은행 및 증권사 전수조사 착수
내년 상반기 8조 4,100억 원 만기 도래
홍콩H지수 폭락에 수조원 대 손실 우려
"투자자 이해 쉽게 판매 절차 설명해야"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을 ELS라고 하죠.

한동안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모았던 투자 상품인데요. 국내에서 발행된 ELS에서 많이 사용되던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가 올해 낙폭을 키우면서 가입한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은행에 이어 3조 원 넘게 ELS를 판매한 증권사들은 불완전 판매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의 조사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대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입니다.

60세 유 모 씨는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을 통해 2억 7천만 원을 투자했다가 1억 원 넘게 날릴 위기에 놓였습니다. 은행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거액을 투자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유 모 씨 / 홍콩H지수 ELS 투자자(60세): '녹인(Knock-in, 원금 손실)이라는 게 있는데 그다지 신경 쓸 필요 없다',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큰 신경 쓰실 거 없다'고…전적으로 국민은행 팀장님께 의존하게 됐던 거죠.]

ELS는 기초자산 지수가 만기(약 3년) 때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지만, '녹인형'처럼 통상 50%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는 파생상품입니다.

지난 2021년 초만 해도 1만 2천선이었던 H지수가 중국 경기 악화로 3년 만에 반토막이 나면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겁니다.

실제로 국내 금융권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20조 5천억 원으로, 이 중 은행 물량만 15조 8천억 원으로 파악됐습니다.

올해 주가조작과 사전매매, 사익편취 같은 사건사고로 투자자들의 신뢰에 금이 간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ELS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자 그 파장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ELS가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닌 투자상품인데다 불완전판매가 아닌 이상 손실보상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번 기회에 판매 절차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손실만 발생하면 불완전판매로 매도하는 세태에도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효섭 /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자기 책임 원칙 하에 투자 상품에 투자하신 분들이 대규모로 손해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손실을 보상해달라고 얘기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불완전 판매 여부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투자상품 판매사와 투자자 모두 각자의 행위에 책임질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대연입니다.

영상취재: 이창호, 영상편집: 김나래, CG: 김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