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도 겨우 하는데'…먹거리물가 5~6% 상승했다

입력 2023-11-27 06:11


올해 3분기 먹거리 물가는 5∼6% 정도 올랐지만,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3%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1%에 못 미쳐 장바구니·외식 물가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현상이 5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어 먹거리가 가계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9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이와 비교해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같았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과 외식의 3분기 물가 상승률은 6.3%와 5.4%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처분가능소득 증가분에 비해 먹거리 물가가 훨씬 더 오른 것이다. 그만큼 먹거리 물가가 다른 소비자 품목에 비해 일상생활에 더 부담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지속됐다.

지난해 2분기에는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 등으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14.2%로 먹거리 물가 상승률을 압도했으나 이후에는 역전됐다.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2.0%로 뚝 떨어진 후 2∼3% 수준에 머물다가 올해 2분기에는 -2.8%로 마이너스(-)로 전환하기도 했다.

반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 7∼9% 수준이었고 올해 3분기에는 5∼6% 수준으로 소폭 둔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올해 3분기의 경우 가공식품 73개 세부 품목 중 72.6%인 53개의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3.1%)을 웃돈다.

드레싱이 28.9%로 가장 높고 고추장(24.1%), 치즈(19.8%), 잼(18.8%), 어묵(18.3%) 등 23개 품목은 10%를 넘었다.

아이스크림 13.0%, 커피 12.5%, 생수 10.0%, 라면 9.4%, 우유 9.4%, 빵 6.6% 등의 물가 상승률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외식은 39개 세부 품목 중 3개를 제외한 36개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피자가 11.8%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햄버거(9.1%), 오리고기(외식)(7.7%), 구내식당식사비(7.7%), 김밥(7.4%), 떡볶이(7.1%), 라면(외식)(7.0%), 죽(외식)(6.9%) 등 순이었다.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먹거리 부담은 더 컸다.

올해 3분기 소득하위 20%(1분위) 가구의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91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소득상위 20%(5분위)는 832만원으로 3.1% 늘었다.

3분기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1분위 가구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각각 10.5배, 9.0배였다. 이는 5분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대비 각각 2.0배, 1.7배에 비하면 훨씬 컸다.

지난달에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이 4.9%와 4.8%로 둔화세를 보여 먹거리 부담이 다소 작아지긴 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며 가계 여윳돈이 줄어 먹거리 부담이 대폭 개선되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배추·사과·달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과 햄버거·치킨·피자 등 외식 5개 품목에 이어 최근 우유·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9개 품목의 물가 관리 전담자를 추가 지정하고 서민 체감도가 높은 이들 28개 농식품 품목에 대한 밀착 관리에 나섰다.

생활물가 밀착 관리 들어간 정부…꼼수 인상 우려도

정부는 지난 24일 제3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국제 유가 변동성, 겨울철 기온 변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최근 물가 개선 조짐이 확산할 수 있도록 품목별 가격·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현장·업계의 애로 요인들을 신속히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