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더 독해져서 돌아온다[이슈N전략]

입력 2023-11-23 08:53
수정 2023-11-23 09:00



KCGI자산운용은 지난 8월에 쉰들러와 긴 경영권 분쟁을 겪어온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 지분 약 2%를 확보한 후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요구해 왔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에 공개 주주 서한을 보내 현정은 회장의 과다연봉 수령, 이해관계 상충 등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이에 응해 지난 17일,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회장이 일단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이 자리(이사회 의장)를 향후 사외이사가 맡게 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어제,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KCGI자산운용은 향후 최대주주 우호의결권으로 쓰일 여지가 있는 7.64%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것과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부동산 임대업이나 관광숙박업 등을 정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향후 지분 추가 취득과 관련한 언급은 아꼈습니다.

한국알콜도 현재 행동주의펀드과 지배구조 분쟁중입니다. 지분 9.37%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수원지방법원에 이사회 회의록 열람과 등사 허가를 신청했는데, 트러스톤은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지난 2012~2014년 이사회 의사록을 보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 외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라는 펀드는 KT&G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등사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담배 사업을 필립모리스랑 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하라는 등을 요구를 해왔습니다.



또한 상법상 주주 제안을 하기 위해선 6개월 전부터 지분 1%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이 때문에 내년 주총에서 요구하는 안건을 상정하려는 펀드들은 이미 7~8월 정도에는 대상 기업을 선정해서 지분을 늘리는 작업을 해왔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연말연초로 가면서 하나둘씩 공개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펀드들이 통상 행동주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지분을 충분히 매입하기 전까지는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미리 알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동주의 타겟이 된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견실한 기업일 것, 대주주 지분이 너무 높지 않고 적당할 것, 또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슈가 있으면 좋다, 세 가지 정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리 어디가 타겟이 될 것이라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미 전략이 노출된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행동주의펀드는 뜻을 같이 하는 투자자들과 사모로 펀드를 구성하는데, 국내 거의 유일한 공모 행동주의 펀드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KCGI자산운용의 펀드인데요, 공시에 따르면 DI동일과 고려아연, 비츠로셀, KT&G, OCI홀딩스, 한국알콜 등을 담고 있습니다.



제도 등 환경 역시 행동주의에 유리한 토양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2016년 스튜어드십코드제도 도입과 함께 2020년 주주대표소송제도(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 등을 상대로 소 제기)를 도입하는 등 행동주의가 보다 쉽게 활동을 할 수 있는 토양으로 평가되고, 여기에 코로나 이후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행동주의가 보폭을 늘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판이 커졌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각 국가간 자본시장 장벽이 예전에 비해 낮아졌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떨친 행동주의 펀드중 일부는 내년 주총시즌을 앞두고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펀딩받았다는 얘기가 도는데, 국경을 넘어온 돈까지 가세하면서 규모가 작년보다 훨씬 커질 수 있고, 더 정교하고 공격적으로 행동주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