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다 갔네"…무더기 해고 잇따라

입력 2023-11-22 20:26
수정 2023-11-22 21:30


홍콩 투자은행가들의 거래 부진 속 해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블룸버그 통신은 수십년간 투자은행계 능력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던 대규모 중국 관련 거래가 증발했고, 은행과 로펌들은 모두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면서 남은 종사자들은 과거에는 쳐다보지 않았던 작은 규모의 거래를 추진하거나 남아도는 시간에 장기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 결과, 올해 중국과 홍콩에서 진행된 인수·합병(M&A) 규모는 약 6% 줄어든 1천850억달러(약 241조원)로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기업공개(IPO) 감소는 더욱 심각해 올해 홍콩의 IPO 규모는 닷컴 버블 발생 직후인 2001년 이후 최저인 46억달러(약 6조원) 규모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인 310억달러(약 40조원)보다 85% 낮은 수준이다.

베로니크 라퐁-비네 홍콩과기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고공비행하던 투자은행가들과 자문가들의 황금시대는 거의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의 깊고 긴 슬럼프와 어두운 전망 속 투자은행들은 인력 감축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홍콩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해고를 단행했다. UBS그룹은 아시아에서 약 20여명의 은행가를 잘랐는데 주로 홍콩에서 중국 업무를 하던 이들이었다. JP모건은 아시아 거래 담당 약 30명을 내보냈는데 홍콩과 중국 직원이 가장 많았다.

홍콩의 채용회사 헤이스의 쉐 웨이는 "거래가 말라가면서 투자은행에서 특히 중국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애널리스트부터 관리이사까지 많은 이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10여명의 홍콩 투자은행 자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해외 금융 비용 증가, 시장 변동성, 미중 간 긴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동산·기술·금융 분야 단속 등으로 내년에도 환경은 도전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 홍콩 주식 시장의 가치 평가 하락과 통제 강화도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막는 요인으로 꼽혔다고 덧붙였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투자은행가들은 한 달 이상의 장기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됐으며, 사치 대신 절약 모드로 돌아섰고, 오버타임 근무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으로 대체되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동시에 장기 휴가 끝에 복귀할 일자리가 없어질까 두려워하게 됐고 일부는 업계를 떠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