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의회가 국제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공 고기인 대체육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탈리아 하원은 16일(현지시간) 이 법안을 찬성 159표, 반대 53표, 기권 34표로 가결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7월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도 통과되면서 이제 이 법안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 법안은 실험실에서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대체육의 생산과 판매, 수입과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자연적인 방식으로 생산되는 육류에 대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위반 시 최대 15만유로(약 2억원)의 벌금을 물게 되며, 최대 3년 동안 공적 자금 지원을 받을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해당 식품을 생산한 공장은 폐쇄될 수 있다.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부 장관은 이탈리아의 음식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대체육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실험실에서 생산된 제품은 품질, 건강, 우리 전통의 일부인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 문화의 보존을 보장할 수 없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같은 취지에서 귀뚜라미·메뚜기 등 곤충에서 추출해 만든 '곤충 밀가루'를 피자나 파스타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인위적인 기술로 만든 제품이 상용화되면 기술을 가진 다국적 기업 등은 이익을 얻겠지만, 전통 농가는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한다.
반면, 이 법안이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환경단체들은 이 법안이 농업, 특히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제한하기 위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반발해왔다.
또 국제동물보호단체(OPIA)는 대체육이 동물 복지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윤리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대체육은 세계적으로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는 추세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지난해 11월 세포 배양 닭의 생산을 허가했다. 싱가포르는 2020년에 배양육을 치킨너겟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이 대체육 생산과 유통을 승인할 경우, EU 회원국인 이탈리아가 대체육 판매를 금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하원에서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 바깥에서는 법안에 찬성하는 농업계 로비 단체인 콜디레티와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
한 야당 의원은 콜디레티 회장인 에토레 프란디니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프란디니 회장은 의원들이 자극적인 현수막으로 농부들을 도발했다며 야당 쪽에 책임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