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0.2%p 하향했다. 높은 부채 수준과 고금리, 중국의 저성장 진입 가능성 등이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KIEP는 14일 ‘2024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가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 3.0%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7%)보다는 높고 국제통화기금(IMF·2.9%)보다는 낮다.
올해 성장률은 2.6%에서 3.0%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최근 견조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한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의 회복을 이끌고 있기는 하지만 팬데믹 이전 5년 성장률 평균인 3.4%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성장세”라고 말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이 1.5%, 유로 지역 1.1%, 일본 1%, 중국 4.5% 등으로 분석됐다.
안성배 KIE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고용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견조한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고금리 지속으로 인해 민간과 정부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판단은 유지하며, 2024년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올해 성장목표를 다수 보수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5.5% 내외 성장목표를 제시했지만 방역, 부동산, 교육 등 여러 정책적 요건들로 3.3% 성장에 그친 바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EU의 내년 성장률은 1.1%로 0.3%p 낮춰 잡았다. 물가 상승세가 점차 하락하겠지만, 성장의 약세 기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은 고용 및 소득 환경 개선 등으로 내수 위주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종전과 같은 1.0%로 예상했다.
KIEP는 세계경제 성장의 키워드로 ‘당겨쓴 여력, 압박받는 성장’을 꼽았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급증한 부채와 그 부담이 성장을 저해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 원장은 “중국 경제의 중장기 저성장 경로의 진입, 고부채와 고금리의 이중 작용에 따른 성장 저하, 지정학적 충돌과 이에 따른 추가적인 공급 충격 등 세 가지 주요 하방 리스크 요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재정 지출이 늘었고 이렇게 당겨쓴 여력이 고금리 시대에 제약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안 수석은 중국의 저성장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중국 경기 자체의 저성장보다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수출 경쟁자가 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중간재 경쟁력이 우리를 상당 부분 따라왔다는 사실이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저성장이 구조적으로 장기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이르다”고 답했다.
안 수석은 “부채 문제들이 해결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것이 해결되고 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나타나는 것으로 약간 초기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