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이 띄운 국제유가…"중국도 수요 증가"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입력 2023-11-14 08:43
수정 2023-11-29 08:47


이슈레이더① OPEC 보고서 핵심은

오늘 국제유가는 산유국 연합 OPEC이 띄웠습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모두 1%대 중반 상승했죠. OPEC은 매달 원유 수급 전망과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하는데, 이번에 OPEC 보고서 이후에 그동안 시장에 있었던 유가 하락 우려가 어느정도 상쇄됐습니다. 국제유가는 지난주까지 3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5월 이후 가장 긴 기간동안 하락했는데, 월가에서는 국제유가 반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모습입니다. 시티인덱스는 국제유가가 단기 바닥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OPEC의 이번 보고서 핵심은 세계 원유 수요 전망을 높여잡았다는 점입니다. 한 달 전 보고서와 비교하면 수요 전망은 하루 250만 배럴 높였는데, 이것은 올해 전체 수요는 하루 1억 200만 배럴로 상향한다는 뜻입니다. 앞서 미국의 에너지정보청 EIA는 미국의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를 했었는데, OPEC은 중국의 수요가 시장의 우려보다 견조한 수준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했습니다.

중국 경기 회복 우려가 커졌던 때가 특히 비구이위안 사태로 부동산이 흔들렸던 9월이었는데, OPEC이 조사해보니 9월에도 중국의 원유 수요는 전년 대비 하루 230만 배럴 늘었다고 합니다. 올해 전체 수요는 하루 평균 110만 배럴 늘 것이라고 전망했고요. 내년 1분기에도 수요는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게 OPEC의 관측입니다.



원유 공급도 조금 늘기는 느는데, 수요 늘어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할 정도로 는다는 게 OPEC의 전망입니다. 산유국 연합 외의 지역에서 공급이 전달보다 하루 10만 배럴 정도 늘 것으로 봤습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체는 지난달 보고서와 차이 없는 2.8%로 나왔는데, 지역별로는 변화가 있습니다. 오펙은 기존 2%로 봤던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번에 2.3%로 높여잡고 유로존은 부진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번에 오펙이 제시한 유로존 성장률은 올해 0.2%인데, 이건 지난 달과 비교해 0.3%포인트 낮춰잡은 겁니다. 중국의 경우는 올해 5.2%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면서, 다음달인 12월엔 지급준비율을 25bp 정도 인하하는 식으로 시장에 돈을 더 푸는 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이슈레이더② 수소주, '세상에서 가장 관대한 보조금' 지켜봐야

미국의 대표 수소기업 가운데 플러그파워가 오늘 장도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 회사는 수소 관련 전반적인 사업부문을 다 운영하는데, 이번에 실적 발표하면서 "회사에 유동성 문제가 있다"며 "지금 상황으로는 1년을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증자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만에 주가가 40% 급락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이 회사 주가가 지금 3.5달러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러면 국내 기업 표정도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플러그파워는 몇 년 전에 우리나라의 SK그룹이 조단위 투자를 한 곳이거든요. 당시 플러그파워의 지분을 주당 29달러 대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수소 관련 기업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국내 수소 관련주인 두산퓨얼셀이나 에스코넥도 최근에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수소주의 성장성은 두 가지 부문에 있었습니다. 하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시대 흐름입니다. 미래에는 관련 인프라가 정비가 되면 수소 에너지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고요. 또 하나는 그런 시기가 올 때까지 미국 등 정부가 보조금이나 자금지원 등을 통해 산업을 떠받쳐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원래 수소 관련 보조금이 '세상에서 가장 관대한 보조금'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제시 젠킨스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당초 미국의 IRA법(45V)으로 발의된 내용을 보면 미국은 수소 인프라 지원에 1천억 달러, 우리 돈 130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계획을 짜 놓았었습니다. 그러면 업체로서는 수소 1kg 생산 당 3달러 지원이 가능하다, 이런 이야기들도 있었는데요.

그렇게 관대해 보였던 보조금에 변화 기류가 관측됩니다. 미국이 재정적자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재무부가 보조금 세부 지침을 판단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연말은 되어야 나올 것이고요. 지금 상황에선 보조금 규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죠. 여기에 최근 고금리 상황에 보조금 나올 때까지 수소 기업들이 버티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 대출 문턱도 높아지는 게 기업 펀더멘탈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당장 수소 산업 붐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관건은 결국 미국의 보조금 지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보조금 세부지침이 나오더라도 상황을 낙관하기는 쉽진 않겠습니다. 미국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보조금을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수소를 만드는 전기까지 깨끗해야 한다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수소 관련 세액공제 심사 과정에서 수소의 생산 전력원의 청정성, 또 전력망이 어떻게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지까지 들어가게 되면 보조금 온전히 받기 쉽지 않아지는 거죠.

현재 세계에서 생산하는 수소의 95% 이상이 그레이수소라고 해서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만드는 부생수소입니다. 재무부가 현 상황을 고려해서 유연하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지침을 내놓을지, 예상외로 까다로운 지침이 나올지가 관건이겠습니다.



이슈레이더③ 세계 전기차 투자 축소 속 현대차는 왜?

현대차그룹이 울산에 첫 삽을 뜬 전기차 공장은 원래 주행시험장 부지였습니다. 여기에 약 2조원을 투자해서 대규모 전기차 공장을 세우기로 한 건데요, 울산시도 당초 예상됐던 허가 기간을 2년 가까이 줄여주면서 오는 2026년까지 전기차 연산 20만대 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입니다. 빠르면 2026년 1분기부터 이 공장에서 대형 전기차 SUV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례적인 행정 지원 속에 현대차그룹 전기차 투자 계획이 예상보다 좀 앞당겨진 면이 있지요. 산업 측면에선 굉장히 잘 한 일이기는 한데, 빨라진 투자가 전기차 수요가 완만해진 현재 상황에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근 GM·포드 등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실적 부진으로 전기차 투자 축소 계획을 밝히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합작해 튀르키예에 배터리 공장 지으려던 계획을 철회하는 등 국내 2차전지 관련주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다만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당초 수소차에서 전기차로 전략 전환을 빠르게 하고, 전기차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쳐서 올해 1~3분기 누적 미국 전기차 판매 2위로 올라섰거든요.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투자 지속이 당장 상장 협력사에게는 나쁘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대차 전기차 협력사 주가는 공장 착공 이후 에코플라스틱은 5%대 상승을 했고 덕양산업이나 성우하이텍 같은 경우엔 당장 상승 탄력을 받지는 못했는데, 협력사들의 주가 추이도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