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두·옴 창궐…'생지옥' 수렁

입력 2023-11-10 21:49
수정 2023-11-10 22:35


세계보건기구(WHO)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설사병, 수두 등이 창궐하며 보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8일(현지시간) WHO는 지난달 중순 이래 가자지구에서 설사 사례 3만3천551건 이상이 보고됐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5세 미만 아동에게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고 밝표했다.

이는 2021∼2022년 5세 미만 어린이의 월평균 설사 건수가 2천 건에 그쳤던 데 비해 1천50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그 외 옴과 이, 수두, 피부 발진, 상기도 감염 사례도 각각 8천944건, 1천5건, 1만2천635건, 5만4천855건 파악됐다고 WHO는 전했다.

WHO는 "연료 부족으로 담수처리 시설이 가동 중단되고 사람들이 오염된 물을 섭취하면서 설사병 등 박테리아 감염이 확산할 위험이 증가했다"고 설명하면서 "연료 고갈로 폐기물 수거가 중단돼 질병을 옮길 수 있는 곤충과 설치류가 빠르게 번식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부연했다.

앞서 가자지구에는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각종 인도주의적 지원이 전달됐으나 연료는 구호품 목록에서 빠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연료를 군사 목적으로 유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료 반입을 막고 있다.

이에 가자지구에서는 식수 부족 등 각종 인도주의 참사가 악화했다.

앞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연료 고갈로 9일이면 가자지구 내 우물 120개가 모두 폐쇄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구호품으로 전달되는 물은 필요한 양의 4%에 불과하다고 한다.

WHO는 "예방접종이 중단되고 의약품이 부족해지면 질병 확산 가속화 위험이 커진다"면서 "수도 등 시스템이 손상되면서 기본적 감염 예방 조치를 유지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WHO는 가자지구에 연료, 식량, 의약품 등 구호품이 더 신속히 제공돼야 한다면서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