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버린 소주 원액 7만리터…2심서 판결 뒤집혀

입력 2023-11-10 16:36
수정 2023-11-10 16:42


소주 원액을 보관해둔 임대 창고에 불이 나는 바람에 수억원어치 술을 잃은 한라산소주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해 일부 배상을 받게 됐다.

한라산은 지난 2018년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와 성이시돌목장 창고 임대 계약을 맺고 숙성에 필요한 원주 오크통 356개와 원주 6만9천558ℓ를 보관했다.

그런데 2020년 3월 5일 오후 당시 협회가 위탁 감호하던 청소년들이 건물 주변에서 불장난을 하다가 창고에 화재가 발생해 주정 원액이 든 오크통 356개가 모두 타버렸다.

회사 측은 협회의 관리 부실로 불이 나 재산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21년 2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재단이 비영리 목적임을 고려해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지만 회사측은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소주회사가 패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0일 제주지법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주 민사1부(재판장 이재신 부장판사)는 한라산이 이시돌농촌사업개발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손해액(5억4천여만원)의 25%인 1억3천500여만원을 주식회사 한라산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창고 시설 종사자들의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 위반으로 인한 이 사건 화재는 시설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관련성이 인정되며, 피고는 창고 종사자들의 사용자로서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가 공익 목적으로 이 사건 시설을 설립해 운영해온 점, 불탄 오크통과 원주가 화재에 상당히 취약한 물건인데도 원고가 창고 안전관리나 화재 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에 대한 피고의 책임비율은 25%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