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레이더① 손톱같은 인플레, 너무 깎인 중국…모건스탠리는 소비 둔화 경고
중국의 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의 10월 소비자 물가지수 CPI는 전년비 기준 예상치인 -0.1%보다도 더 떨어진 0.2% 감소로 집계됐고요, 생산자물가 PPI는 13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이러한 시선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모습입니다. "종합 물가 수준과 수요 회복, 경제 성장, 화폐 공급 등 요소로 판단할 때 중국 경제엔 이른바 디플레이션이 존재하지 않고, 앞으로도 디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이번 중국 물가 하락세 살펴보면 정부 말을 무조건 믿기엔 불안합니다. 돼지고깃값도 그렇고 식품 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건 필수적인 수요가 둔화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거든요.
한 나라에 있어서 인플레이션은 손톱 같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 길어도 보기 흉하고 일하기도 어려운데, 너무 바싹 깎으면 피가 납니다. 너무 길어진 손톱같은 물가를 보기 좋은 길이로 다듬는 과정을 유식한 말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라고 한다면, 이미 짧은 손톱을 더 짧게 깎아서 피가 나는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히려 나라의 국력을 생각할 땐 디플레이션이 더 안 좋을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캐피털이코노믹스 같은 경우는 이번에 나온 새로운 데이터가 "새로운 경제 약세의 증거"를 추가했다고 분석했고, 월가에서도 비슷한 시각들이 확인됩니다. JLL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팽은 "이번 지표는 중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지속과 수요 약화를 보여준다"며 "이는 중국 정부에 도전적인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에선 모건스탠리가 고객들에게 임의소비재 섹터 비중 축소를 권고했습니다. 경제 상황 고려하면 백화점, 옷가게, 잡화 관련 기업 주가 안 오를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11월 중순부터 추수감사절 등을 시작으로 연말까지가 소비 대목입니다. 이 기간을 홀리데이 시즌이라 부르지요.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도 이번달 24일에 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홀리데이 시즌에 미국 사람들이 쓸 돈이 얼마나 되는지 설문하고 조사해봤더니 지난해와 비교해서 소비 예상 액수가 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홀리데이 시즌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을 봤더니 할인 수준이 평균 30%는 되어야 돈을 쓸까 말까 고민한다는 겁니다. 유통 기업들로서는 출혈을 어느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모건스탠리가 봤을 때는 델타 항공과 같은 항공주는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답니다. 펜트 업이라고 해서 코로나 때 여행 못갔던 것, 즉 보복 소비로 지난해부터 항공 여행 경기는 나쁘지 않았는데요(주가는 출렁였지만요). 미국 사람들 해외여행 가려고 모아둔 돈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물건 덜 사도 여행은 간다는 거죠.
이슈레이더② 노란봉투법, 왜 '대통령 거부권'까지 나오나
노란봉투법은 어제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의 별칭입니다. 국회에 계류된 지 8년만에 시행을 앞두게 됐지요. 지난 2014년, 당시 쌍용차(지금은 KG모빌리티지요)가 파업의 책임을 물어 근로자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이 때 어느 분께서 노란 봉투에 돈을 담아 성금을 전달하면서 기업의 근로자 대상 손해배상 청구가 너무 가혹하다, 이런 여론이 형성됐고 이것이 노란봉투법을 국회에 통과시키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전반적으로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식으로 법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법에 대해 기업들의 반대가 상당히 거센데, 쉽게만 말씀드리면 그동안 근로자들이 못 하던 것들이 이번 본회의 통과로 가능해집니다. 일단 경영상의 결정, 이를테면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파업도 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고요. 조금 더 들어가면 우리 자동차 기업이나 건설 기업들, 상장 기업들에겐 장기적인 주가 리스크가 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하청업체가 원청기업 대상으로 파업을 해도 불법이 아니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여의도나 서울 시내 돌아다니면 곳곳에 피켓 세워놓고 하청업체에서 못 받은 돈, 재벌 회장님이 주십시오 이렇게 요구하시는 분들 계시거든요. 이런 여러 요구들이 파업이라는 집단 쟁의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겁니다. 당연히 협력사와 재하청이 많은 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부담이 늘어날 겁니다. 그래서 지금 웬만한 재계 관련 협회와 단체들은 입을 모아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파업의 상시화'가 우리 기업 리스크로 추가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법조계에서도 이번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의 근본을 바꾸는 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법무법인 세종 같은 경우가 관련 의견서를 발표하기도 했고요. 여당에서는 이 정도 법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장관도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헌법에서 규정하는 책임을 다 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역시 정부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이 얼마나 거셀지, 이것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슈레이더③ 포스코 노사 극적 합의, '신 사사오입'?
포스코가 극적으로 파업을 막았습니다.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가결했습니다. 이번 합의안 살펴보면 기본급 13.1% 인상이었던 당초 요구안은 기본임금 10만원 인상으로 조정됐고요, 주식 400만원 무상 지급에 격주 4일 근무제 도입, 비상경영동참 격려금 100만원에 현금 150만원 추가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요전에 포스코 노조 파업 이슈 전달드렸을 때 이 말씀 드린 적 있지요. 노조 쟁의문 보니 '찬성률이 높을수록 쟁의 없이도 조합원이 만족할 요구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걸 보면 노조 집행부도 파업에 찬성은 했지만 실제 실행에 들어가긴 부담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읽힌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이번 잠정합의안 찬성률을 앞서 쟁의행위 투표 찬성률과 비교해봤습니다. 지난 10월 말 때 파업하자는 투표는 조합원 1만1천명 가운데 75%가 찬성했는데 이번 잠정합의안에 찬성하는 조합원들은 전체 50.9%로, 가까스로 타결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지난 쟁의행위 투표와 비교하면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번에는 전체 투표인원수를 기준으로 찬성률이 75%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전체 투표인원 수가 아닌 투표참가자를 기준으로 찬성률이 가까스로 50%를 넘긴 겁니다. 지난 번 방식대로 했으면 이번 합의안 투표는 찬성률 49%로 부결이 나거든요. 창사 첫 파업에 대한 노조의 고민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내부 이야기들 살펴보면 조합원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반발이 생각보다 거셉니다. 노조 내부에서는 재투표 여론까지 나오는 점도, 가능성은 낮지만 추가 리스크로 작용할지 점검해야겠습니다.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주 월~금 오전 7시 2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에서 생방송으로, 유튜브에서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