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50만 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선행 매매로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슈퍼개미' 김정환 씨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정도성 부장판사)는 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선고 공판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증명이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방송에서 이 사건 각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이를 매도할 수 있다거나 매도했다는 점을 알린 바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해 관계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종목들의 경우 각 부정 거래 기간 종료 후에 상당 기간 주식을 보유했던 만큼 피고인의 매매 행태를 판례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스캘핑'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스캘핑'이란 2~3분 단위로 단타 매매를 계속하는 투자기법 또는 투자자문업자가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 직전 자기 돈으로 매수했다가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워 이익을 보는 행위를 뜻한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매수 추천 또는 매도보류 추천으로 보이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같은 방송에서 매도를 권유하거나 신규 매수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며 "피고인의 방송내용은 시청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고 이를 일괄적인 매수 추천 또는 매도보류 추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이 범행 시점으로 지목한 기간에 문제가 된 종목들의 외부 호재성 정보와 그로 인한 주가 상승이 있던 점이 확인된다며 김씨의 발언과 주가 상승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례적으로 질타했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이 선고됐지만 피고인의 행위가 오해받을 소지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특히 피고인의 거래 행태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했다는 점은 다른 구독자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무죄 판결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항상 조심해서 유튜브 방송 같은 걸 하지 않겠다"며 "제가 주식매수에서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했고 판사님 말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이 매수해 둔 5개 종목을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매도하는 방식으로 58억9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올해 2월 기소됐다.
검찰은 김 씨가 외국계 증권사가 거래 주체로 표시되는 CFD 계좌를 자신과 아내 명의로 만들어 매도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