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수하물 맡겼다 사라진 귀중품...범인은 직원

입력 2023-11-08 15:04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승객들이 항공사에 위탁 수하물로 맡긴 여행용 가방(캐리어)에서 귀중품이 없어진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범인을 찾아냈다. 수화물을 싣고 내리는 일을 하는 항공사 하청업체 직원이 승객 가방을 뒤져 2년간 3억원이 넘는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경찰단은 상습절도 혐의로 모 항공사 하청업체 직원 A(41)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항공사 하청업체에서 위탁 수하물을 기내 화물칸에 싣거나 내리는 일을 했다. 보통 작업할 때는 6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지만 A씨는 여객기 기내 화물칸에 승객들의 여행용 가방을 싣는 과정에서 동료들이 쉴 때 몰래 범행했다. 훔친 물품은 작업복으로 감싸 세탁물로 속여 인천공항 내 보호구역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2021년 11월부터 지난달 6일까지 인천공항 제1·2 여객터미널에서 승객들이 항공사에 맡긴 여행용 가방을 몰래 열고서 3억7천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횟수만 200여차례에 이른다.

2년간 그가 훔친 물품 중에는 귀금속과 현금뿐만 아니라 시가 4천만원짜리 명품 가방과 800만원짜리 명품 의류도 포함됐다.

지난해 3월 처음 피해 승객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유사 신고가 10여건에 이르자 해당 항공사의 근무자 명단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지난 4일 A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그가 근무하는 사무실과 집, 차량에서 훔친 물품들을 압수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로 쓰기 위해 물건들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승객들의 여행용 가방을 뒤지면서 티가 나지 않게 비싼 물품만 골라 한두 개씩 훔쳤다"며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도착한 뒤 어디서 물품을 잃어버렸는지 몰라 신고를 못한 피해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훔친 물품 중 2억1천여만원어치는 피해자가 확인됐으나 나머지 1억5천만원어치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물품의 주인들을 찾기 위해 신고 접수반(☎ 032-745-5752)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A씨가 훔친 물품들을 인터넷으로 판매한 것으로 보고 추가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인천공항공사에 유사 범행을 막기 위해 공항 하청업체의 근무 실태 감독과 보안 검색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