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K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이 미국 블록버스터 속 강인하고 섹시한 스타일과 달리 새로운 형태의 남성상을 그려내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5일(현지시간) "K드라마의 젊은 배우들이 세련되고 로맨틱한 캐릭터를 통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최고 홍보대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K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의 특성에 대해 "반짝이는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의 크고 검은 눈 위로 무심히 떨어진다. 그의 태도는 신중하고, 피부는 매끈하며, 완벽하게 재단된 정장에 몸매는 길쭉하다. 그는 사랑을 찾고 있진 않지만 곧 새로운 감정이 피어나는 것에 놀랄 것이다"고 설명했다.
르몽드는 서구에서 한국 아이돌의 성공은 '미투(me too)' 운동으로 인해 남성성에 대한 숭배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 사회 내에서 새로운 남성성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왜 한국인가'라는 책을 쓴 한국 전문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오펠리 쉬르쿠프는 시대와 시리즈에 따라 남자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달라진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0년대에는 트라우마 때문에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차츰 '마시멜로' 같은 마음을 드러내는 남성이 기준이었다면, 최근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처럼 파트너에게 키스해도 괜찮은지 허락을 구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등 더욱 진보적인 남성 캐릭터가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에는 성관계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대신 감정이 깨어나는 여러 단계를 조심스럽고 에로틱한 방식으로 탐구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는 게 쉬르쿠프의 평가다.
르몽드는 일부 팬의 경우 드라마 속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면서 '이론'을 '실행'으로 옮기려 시도한다고 전했다. '틱톡'에 '한국 남자친구를 사귀는 법'이란 주제로 프랑스어와 영어로 된 동영상이 수십 개 올라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다만 르몽드는 많은 서양 여성이 여행이나 유학, 또는 취업을 위해 한국에 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관계를 맺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연구원 실비 옥토브르는 "가부장적이고 가족주의적인 구조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 남성과 관계를 맺는 건 매우 어렵고 실제 다문화 커플도 소수"라고 말했다.
(사진=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