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레이더① 공매도 금지하고 정비한다는 한국, 해외는?
해외에서도 못된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죠. 미국에선 스푸핑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대량으로 단기 허위 매매주문을 낸 다음에 바로 취소하는 '작전'인데요. 예를 들어 유통주 1백만주 짜리 상장기업이 있다고 해보죠. 현재 주가가 10만원이라면, 스푸핑 하는 사람들은 이 주식을 9만원에 80만 주를 단번에 팔겠다, 이런 매도 주문을 내는 거죠. 그러면 다른 투자자들은 무서워서 이 기업의 주식을 8만 9천원 정도에 내놓습니다. 스푸핑 세력들은 그렇게 주가를 낮춘 뒤에, 순식간에 매도 주문을 취소하고 싸게 나오는 주식을 주워담는 거죠. 이게 미국에선 2010년부터 불법이 됐고, 2016년엔 선물 투자자 대상으로 첫 징역형 사례도 나왔습니다. 이 스푸핑과 무차입공매도가 결부된 사례도 미국에서는 적발이 됐습니다. 주식 매도 주문을 내려면 일단은 주식을 빌리든 사든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무차입 공매도와 대량 매도 주문을 함께 내서 시세를 조종하는 거죠.
지난 2016년에 미국 텍사스에 있는 팜랜드 파트너스라는 회사가 ‘공매도 작전’을 당했습니다. 당시엔 이 회사가 문제가 있다며 공매도 보고서가 나왔는데, 알고 봤더니 팜랜드라는 회사는 큰 문제가 없는 회사였는데도 보고서를 낸 쪽이 단기 풋옵션을 사고 이득을 본 거죠.
가까이는 올해 9월 말에도 공매도 민사 소송 결과가 하나 나왔습니다. 콘코디아라는 제약사는 지난 2016년 주가가 34.77달러에서 1.83달러까지 내려갔는데, 이 역시 스푸핑과 무차입 공매도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 회사는 발행주식이 4천만 주인데 주가 조작을 당하는 동안에 공매도량이 2억 3,800만주에 달했습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공매도 보고서가 발간된지 1초만에 대량의 매도주문이 거래소로 넘어갔다 바로 취소됐고요. 이런 수준의 대량 공매도는 수백만 주의 ‘유령 주식’을 이용한 무차입 공매도가 있었다는 강력한 근거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미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로 대응하지는 않았습니다. 민사 소송을 통해 불법을 저지른 쪽이 큰 규모의 배상을 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리고, 해당 주문을 수행한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시스템을 정비했습니다. 콘코디아와 관련한 건은 공매도 주문 창구인 캐나다 은행 CIBC도 민사상 피고로 올라 배상 책임을 지게 됐고요.
팜랜드 사례에 대해선 당시 공매도 세력들이 ‘보고서를 낸 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반론을 펼쳤는데, 미국에선 표현의 자유라는 말이 정말 큰 방패처럼 쓰이거든요.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우리는 이 회사 문제있다고 한 것 뿐이다. 이런 주장이었는데 미국 법원은 악의적 공매도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남겨놨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는 지난 10월 14일 무차입 공매도 방지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 포지션을 금융산업 규제기구인 매달 FINRA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건데, 투자전략을 노출한다는 기관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시장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로 금융당국은 이 안을 강행했고요.
요약하면 미국도 불법은 일어납니다. 그런데 미국은 자본시장을 마치 생물처럼 대해서 심장이 뛰는 환자를 돌보듯 접근하는데, 우리는 자동차 정비하듯이 일단 엔진부터 다 끄고 고쳐볼까 하는 차이가 있다는 점은, 공매도 금지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또 한편 생각해볼 부분 아닐까 합니다.
이슈레이더② '김포 다음은 공매도', 공매도 다음은 횡재세?
최근 날씨 보면 가을은 아직 다 가지 않은 것 같은데, 정치의 계절은 조금 빨리 온 것 같습니다. 정치하는 분들이 ‘김포 다음은 공매도’다, 이런 문자 보낸 게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는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금융, 하나은행 이런 4대 은행들의 올해 누적순이익이 10조 5천억원이 넘었거든요.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공매도 이후에 타깃이 횡재세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금융주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는 거죠.
지난 10월 말 대통령이 서민들 대상으로 은행 금리가 너무 높다는, 이른바 ‘은행권 종노릇’ 발언을 한 이후로 은행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주말 사이에 상생금융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고 밝혔고요,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전체 1천억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안을 내놨습니다. 다른 은행들도 대책 마련에 착수해서 조만간 추가 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은행권의 자발적 이익 내려놓기와 별개로, 국회에 계류된 횡재세 관련 법안이 어떻게 될지도 살펴봐야겠습니다. 현재 법안으로 횡재세를 징수하려는 쪽은 야권들이기는 한데요.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이 법인세 개정안을, 민주당의 민병덕 의원이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6일에 주요 금융지주 회장단이 금융위원장 등 금융 당국과 회동을 갖습니다. 이 때를 전후해 은행들이 어떤 자체 상생안을 더 내놓을지, 혹은 ‘강제 상생’을 하게 될지, 이 부분은 금융주 주가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중요한 흐름을 만들 겁니다.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주 월~금 7시 2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에서 생방송으로, 유튜브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