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혼자된 남편…반찬 주러 온 아내 살해

입력 2023-11-03 14:13


이혼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살해한 6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반정모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66·남)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두 자식을 기르며 함께 살아온 김씨 부부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지난 2018년부터였다. 딸이 이비인후과 약을 먹고 돌연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뒤 뇌 손상을 입은 것. 김씨 부부는 병간호에 힘을 쏟았지만 딸은 4년이 넘는 투병 끝에 지난 4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오랜 기간 아픈 딸을 돌보며 경제적 어려움과 부부 관계 갈등을 겪었던 부부는 딸이 사망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혼했다. 그랬다가 8일 만에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재결합한 뒤에도 다툼은 반복됐다. 김씨는 아내에게 흉기를 든 채 성관계를 요구했고 딸의 사망보험금 중 5천만원을 달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항의하는 아들을 때리기도 한 그는 결국 접근금지 명령을 받아 혼자 살게 됐다.

하지만 혼자 사는 남편을 외면하지 못한 아내는 종종 김씨가 혼자 사는 곳을 찾아 반찬을 챙겨줬고 접근금지 명령 해제를 신청했다.

그러던중 아내는 지난 6월 23일 남편 집을 찾아가 "아들이 같이 살지 말라고 했으니 다시 이혼하자"고 말했다가 결국 살해당했다.

김씨는 15분가량 아내의 목을 조르고 팔과 팔꿈치로 가슴 부위를 세게 눌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한 김씨는 지난 8월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섰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내로부터 '할 말이 있으니 일을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재결합을 기대했는데 이혼을 요구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오랜 세월 부부의 인연을 맺어 온 배우자를 살해한 것으로 범행의 수단과 방법, 동기,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사안이 매우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과 김씨 측은 판결이 부당하다며 모두 항소장을 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