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 용문산에서 60대 등산객이 골절상을 입은 가운데 안개로 헬기가 출동하지 못하게 되자 119 대원들이 함께 야영하며 지킨 끝에 다음날 구조에 성공했다.
31일 오후 5시 17분께 용문산 장군봉 인근 해발 850ｍ 지점에서 A(61) 씨로부터 "산행 중 길을 잃어 낙상해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구조에 나선 대원들은 오후 6시께 등반을 시작해 2시간여만에 장군봉 8부 능선 인근 절벽 부근에 쓰러진 A씨를 발견했다. 그는 왼팔이 골절되고 허벅지 등이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응급처치를 마친 대원들은 즉각 무전을 통해 헬기 이송을 요청했다. 그러나 안개가 산 전체에 자욱해 오후 8시 45분께 출동한 헬기를 30여분 만에 철수시킬 수 밖에 없었다. 안개 낀 밤중에 험준한 산길이라 들것을 이용한 하산도 무리였다.
결국 대원들은 야영을 결정하고 A씨를 절벽 부근에서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핫팩과 모포 등으로 감싸 체온을 유지했다. 구조대원 중 양평소방서 119구조대 이동훈 소방위와 김권섭 소방교가 남아 A씨와 함께 산속에서 야영하며 상태를 살폈다.
다음날 오전 6시께에도 안개가 걷히지 않아 헬기 구조는 어려운 상황. 이에 대원들은 산악용 들것으로 A씨를 하산시키기로 결정했다. 오전 7시 30분께 구조 및 구급대원 7명을 추가 투입해 야영조와 합류, 오전 11시 30분께 산악용 들것에 A씨를 싣고 하산을 시작했다.
몸무게 82㎏의 A씨를 들고 바위로 뒤덮인 능선을 넘어 해발 850ｍ 산길을 내려오는 것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대원들은 들것에 로프를 연결해 앞에서 끌고, 나머지는 각 모서리를 단단히 잡은 채 천천히 이송한 끝에 사고 없이 오후 1시께 하산을 마치고 A씨를 구급차량까지 옮겼다. 다행히 A씨는 낙상으로 인한 부상 외에 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를 지키며 야영한 김권섭 소방교는 "당시 현장에서 A씨를 구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 여의찮아 야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A씨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고, 이렇게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