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달린 롤러코스터, 부동산 경기 침체 탓?

입력 2023-10-31 15:54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 추돌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중국 부동산업계의 경기 침체로 이처럼 방치된 관광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7일 중국 최대의 레저 부동산기업으로 꼽히는 화차오청(OCT)이 소유한 놀이공원 환러구(歡樂谷)에서 롤러코스터가 꼭대기에서 미끄러져 뒤따라오던 열차와 부딪친 사건이 발생해 31일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 중화권 매체들에 보도됐다. 이 사고로 2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 매체들은 이 롤러코스터가 고장을 일으킨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보도하고 있다. 롤러코스터 수명이 일반적으로 10년이지만 환러구는 이미 11년 동안 이 놀이기구를 운영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놀이공원의 모회사인 OCT은 최근 경영 악화를 겪고 있다. 사고 당일 발표된 OCT의 3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올해 1∼3분기 총 33억4천700만위안(약 6천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0% 감소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판매 부진과 그룹 관계사 손실 때문이라는 회사 측 설명이다.

OCT는 관광업과 부동산업을 양대 사업 축으로 한다. 그간 부동산 활황 속에 사세를 키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부동산 대출 긴축 등으로 인해 지난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작년 손실액은 109억위안(약 2조원)에 달한다.

연합조보는 이런 문제가 OCT만의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2021년 이전에 완다(萬達),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수낙 차이나(Sunac China·融創中國) 등 대형 부동산업체들이 일제히 레저 분야에 뛰어들며 중국 전역에 호텔과 놀이공원, 문화마을 등이 들어섰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결국 부동산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레저 자산은 매각 수순을 밟았다. 카이사그룹은 놀이공원을 시부신탁에 넘겼고, 젠예그룹은 영화마을과 드라마시티를 허난성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팔았다. 수낙 역시 선전 레저마을을 국유기업에 넘겼다.

연합조보는 이런 현실이 레저 시설을 떠맡은 신탁회사나 국유 부문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부동산업계가 고성장하던 시기에 지방정부에게 기업의 수억위안 규모 투자와 잠재적인 관광업 활성화 전망은 마음이 동하는 제안이었겠지만, 이제는 지방정부가 걱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