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시선을 깊게 파고드는 월가 인사이드 시간입니다. 이번주 시장의 빅 이벤트, FOMC정례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현지시각 11월 1일, 우리시간으로는 모레,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 할 텐데요.
그런데, 블룸버그 통신이 이런 보도를 냈습니다. “이번주 FOMC보다 더 큰 이벤트는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다.” FOMC 정례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몇 시간 전에 재무부가 국채 매각 입찰에 나면서 장기 국채를 발행하는 내용을 담은 분기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한다고 하는데요. 시장은 기준금리 결정만큼이나 이 국채 발행 계획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분기 리펀딩, 즉 국채 발행 계획에서, 연준이 장기 국채 발행을 어느 정도 늘릴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등 장기채 발행을 어느 정도 늘릴지 밝히는 게 골자입니다.
관련해서 미국채 금리 흐름 좀 짚고 갈텐데요. 금리가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던, 지난 8월로 잠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난 8월, 미 재무부는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준 적이 있는데요. 원래 960억 달러로 예정되어 있던 차환 발행 규모를 1천3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발행 규모를 늘리면서, 당시 채권 시장은 출렁였는데요. 따라서 10년물 국채금리가 8월 초에 4%선에서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달이 지난 10월로 넘어오면요. 이번 달에는 이스라엘 하마스 충돌로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고 연준의 금리인상이 정점에 달했다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 초 5%를 돌파했습니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따라서 연준의 통화정책만큼이나 채권 시장의 수급이 장기 금리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걸로 풀이되는데요. 시장은 8월에 이어 이번에도 차환 발행 규모를 늘릴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이 이 국채 발행 규모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는데, 첫째는 금리 변동성을 가늠하기 위해서입니다. 국채 공급량이 예상보다 클 경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금리는 더 오를 수가 있고요. 두번째 이유로는,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 연준 고위 인사들은 최근 장기 국채금리 급등으로 추가적 금리인상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재무부의 이번 국채 발행 계획으로 장기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연준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재무부의 미국채 발행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측되고 있을까요? 채권시장에서는 4분기 미국채 발행 규모를 8천25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중에서 차환 발행 규모는 8월과 비슷한 수준인 1천14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1천140억 달러보다 증액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재무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정부의 2023 회계연도 적자는 2조 달러를 넘어섰는데요. 작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미국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총 발행량은 26조 달러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8년 만에 두 배가 늘어났습니다.
월가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 채권 대신 만기가 3년 이내로 짦은 단기 채권 발행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웰스파고, 바클레이즈 등은 최근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돌파하는 등 장기물 국채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에 재무부가 미국채 장기 채권이 아닌, 단기물을 중심으로 국채 발행을 확대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JP모간의 경우 재무부가 계속해서 많은 양의 장기 채권을 발행할 걸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한 시간 전쯤 재무부가 4분기 차입 규모를 전 분기보다 줄일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는데요. 재무부가 4분기 차입 규모를 7천760억 달러로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듯이 월가 예상치였던 8천억달러선을 밑도는 수치고요.
재무부는 내년 1분기 차입 규모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는데,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8천160억 달러로 발표됐고요. 이제 이틀 뒤 재무부의 분기 리펀딩 발표를 통해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듣게 됩니다.
사실 시장은 내일 시작되는 이번 FOMC에서 금리 동결을 어느 정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발행 속도를 과연 높일 것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였습니다.
강수민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