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600명 규모 범죄 조직 적발...한국인도 포함

입력 2023-10-29 17:24
수정 2023-10-29 17:25


필리핀 경찰이 인신매매로 인력을 모아 온라인 사기와 성매매 등에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원 약 600명을 구금해 조사 중인 가운데 일부가 한국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경찰이 지난 27일 밤 마닐라의 한 건물을 불시 단속해 중국,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국적을 가진 598명을 구금했다고 29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해당 건물 내에는 마사지실과 성인용품, 노래방과 식당 등도 있었다.

크리스핀 레물라 법무장관은 용의자인지 피해자인지 구분하기 위해 이들을 면담하는 한편 중국대사관에 인터넷 게임 회사 허가를 받고 업체를 운영해온 것으로 보이는 9명의 신원 파악을 요청했다.

레물라 장관은 이들에 대해 "인신매매 등으로 거액을 버는 대규모 조직"이라며 "현장에서 발견된 암호화폐 및 '러브 스캠(Love Scam)' 사기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컴퓨터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금된 일부 중국인의 몸에는 고문받은 흔적이 있었고 이들은 자신들이 자의가 아니라 붙잡혀 있었다고 진술했다. 한 중국인은 자신이 다른 필리핀 온라인 게임 운영 업자에게 납치돼 50만페소(약 1천200만원)에 넘겨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국인은 1년간 하루 최대 15시간까지 강제로 일해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인신매매 등으로 인력을 끌어모아 온라인 사기 등에 강제로 동원하는 범죄 조직 수법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은 지난 6월에도 인신매매를 당하는 바람에 온라인 카지노에서 일해온 외국인 1천여명을 구출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국제 온라인 범죄에 동남아시아인 수십만명이 강제로 연루돼 있다며, 고임금 등을 미끼로 일종의 취업 사기를 벌여 범죄에 끌어들인다고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