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이 이번주 들어 채권 금리 상승 우려가 줄어들고, 깜짝 실적을 쏟아낸 기업들에 힘입어 반등을 이어갔다. 중동에서 미국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월가 거물들의 발언이 쏟아졌지만 시장은 실적 발표에 보다 민감하게 움직였다.
현지시간 24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3% 오른 4,247.6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93% 상승한 1만 3,139.88, 다우지수도 0.62% 뛴 3만 3,141.38로 마감했다.
이날 미 증시는 오후들어 미 재무부 2년물 국채입찰 결과에 대한 실망 매물로 잠시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날 2년물 국채는 낙찰금리 5.055%로 예상 수준이었으나 낙찰가율이 전달(2.73배)보다 하락한 2.64배에 그쳤다. 댜만 이날 시장은 개장 전 호실적을 낸 기술주와 금융주 등의 반등을 타고 상승세로 마감했다.
● 다이먼 "연준 100% 틀렸다"…달리오 "내년 비관적"
이날 미 월가 거물들은 뉴욕이 아닌 전쟁으로 지정학 위기가 짙어진 중동 한복판에 집결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레이달리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제인 프레이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과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 등 거물들이 이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참석 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이 주최한 제 7회 미래투자이니셔티브다.
미래투자이니셔티브는 이른바 '중동판 다보스 포럼'으로 '석유 부국' 사우디의 공공투자펀드 PIF와 밀접한 기관들이 총출동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칼라일 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과의 토론에서 연준과 시장에 대해 작심 비판을 했다. 그는 "연방정부의 재정지출이 어느 때보다 많고, 중앙은행과 정무가 이를 관리하려는 전지전능한 느낌이 있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다이먼 회장은 "18개월 전 미 연준의 경제전망은 100% 틀렸다"면서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초미의 관심인 상황을 겨냥해 "금리가 2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 오르든, 오르지 않든 별 차이가 없다"며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100bp가 올라가더라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와 격변의 시대를 예고했던 레이 달리오 회장도 어느 때보다 어두운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연방 정부가 떠안고 있는 높은 공공부채와 지정학적인 갈등과 무질서, 갈등 격화를 언급하며 "다가오는 미국 대선은 부와 권력의 극명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세계 전망은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며 "투자의 시계열에서 우리는 통화 정책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겠지만, 이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 인공지능 선점 효과로 갈렸다…깜짝 실적 MS, 실망한 구글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미국 대표 기술주 가운데 두 곳의 실적이 동시에 나왔지만, 한 곳은 컨센서스를 맞추지 못해 희비가 엇갈렸다.
OpenAI에 인공지능 투자를 선행하고 빙 검색 엔진, 코파일러 등의 서비스를 키운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회계연도 1분기 기준 매출액은 예상치 545억 달러를 웃도는 565억 달러, 주당순이익은 예상 2.65달러를 상회한 2.99달러를 기록했다.
사무용 생산성 제품 매출이 전년대비 13%, 인공지능 기반 클라우드 전반 매출은 19%로 실적을 견인했다. 이러한 결과로 장 중 강보합이던 마이크로소프튼 마감 후 거래에서 3.68%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반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클라우드 부분 저도한 실적으로 장 막감 후 5% 넘게 하락했다. 알파벳은 3분기 매출 766억 9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11% 늘고, 주당 순이익은 컨센서스 1.45달러보다 높은 1.55달러로 선전했다.
검색과 유튜브 광고 수익에서도 분기 596억 5천만 달러로 작년 544억 8천만 달러를 9% 넘게 넘어섰다. 하지만 향후 검색 시장의 우위를 가를 인공지능 기반 클라우드에서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클라우드 부문 시장 예상치는 86억 달러선이었지만 알파벳은 84억 1천만달러에 그쳤다. 또 성장폭도 전 분기 28%, 3분기는 22.5%로 둔화했다.
● 구독료 올려도 듣는 스포티파이…항공엔진 쥔 GE 급등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는 주당 순손실을 전망한 시장 컨센서스를 깨고 0.33유로를 기록했다. 폴 보겔 스포티파이 최고재무책임자는 구독료 인상과 관련해 "가격 인상 이후 일반적으로 가입자 이탈이 거의 없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가는 10.36% 뛰었다.
항공우주 사업으로 구조조정 중인 제너럴일렉트릭 역시 일회성요인을 뺀 주당 순익이 82센트로 예상 56달러를 대폭 상회하며 장중 6.5% 뛰었다. 로렌스 컬프 주니어 회장은 "전반적으로 강력한 분기였다"면서 연간 가이던스를 주당 2.55~2.6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제너럴모터스는 분기 주당 순익 2.28달러로 예상 1.84달러를 상회했지만, 전기차 내년 40만대 생산 계획을 미루고, 전기 픽업공장 개조 대신 비용 절감으로 위기 대응에 나섰다.
전미자동차노조 UAW가 이날 실적을 바탕으로 파업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는 "노동자들에게는 연간 8억 4천만 달러의 역대 최고금액을 제안한다"며 협상 타결 의지를 밝혔다.
그외 버라이즌이 장중 9.24%, 가격인상 효과를 본 코카콜라도 2.92% 뛰었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 1.81% 내린 배럴당 83.94달러, 브렌트유는 1.71% 빠진 배럴당 88.29달러를 기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뛰었던 금값은 이날도 조정을 이어가며 온스당 0.25% 내린 1,982.90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