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세간의 인식대로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건강 상태가 남성보다 나빠 여성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5차 여성건강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남성(80.6세)보다 6년 정도 더 길다.
그러나 2019∼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하는 여성은 30.9%로 남성(37.0%)보다 6.1%포인트 낮았다.
김유미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는 "일반적으로 건강하지 않아서 더 빨리 사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성이 오래 살지만 건강하지 않은 '젠더 패러독스' 현상은 여러 국가와 사회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원인으로는 ▲ 만성질환 유병률 ▲ 사회경제적 지위가 미치는 영향 ▲ 사회구조적 원인 ▲ 의료제도 이용률 등 사회문화적 맥락 ▲ 성별 회복탄력성 차이 등이 제시됐다.
실제로 여성은 폐경 후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혈중지질농도 등이 높아지면서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65세 이상 여성 고혈압 유병률은 66.3%로 남성(58.5%)보다 높다. 올해 여성 노인 인구는 약 532만6천명으로 여성 노인 고혈압환자는 353만1천명으로 추정된다. 남성은 약 244만2천명이다.
골관절염, 골다공증 유병률도 여성이 더 높다. 여성 노인 골관절염 유병률은 46.4%로 남성 노인의 약 3배다. 특히 골관절염 유병률은 노년기에 많이 증가해 여성 노인의 신체 활동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진 폐암, 췌장암의 여성 발생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의 폐암 발생률은 200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15.5명이었지만, 2020년엔 19.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췌장암 발생률은 10만명당 4.9명에서 8.2명으로 증가했다. 유방암 발생률도 같은 기간 10만 명당 28.0명에서 2020년 77.1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여성의 정신 건강 상태도 남성보다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1년 국민영양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2.4%로 남성(28.4%)보다 높다. 우울장애 유병률도 여성은 6.7%로 남성(4.8%)보다 높았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의 우울장애가 늘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에 25∼34세 여성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11.9%로 다른 연령대에 특히 높았다. 여성 청소년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작년 기준 여성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47.0%, 우울 증상 경험률은 33.5%, 자살생각률은 17.9%로 모두 남성 청소년보다 높았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과거에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여성 청소년의 우울 증상 경험률이 증가했지만, 2022년엔 중학교부터 우울 증상 경험률이 높아 학년과 관계없이 고른 분포를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