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탈주가 가속화 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하나 둘 홍콩을 빠져 나가더니 이제는 은행과 투자회사, 기술회사까지 철수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보도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때는 자산으로 여기던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관계가 이제는 장애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것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반환 된 홍콩은 중국과 별도의 법률 시스템, 독립적인 사법부, 서구식 자유 보장 약속 등이 외국 기업들에게 이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국가 안보 규제가 엄격해지고, 중국의 외국기업 단속, 본토의 경제 둔화,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고조 등으로 외국기업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 수는 4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6월에는 1천258개를 기록했다. 2004년 이후 가장 적다. 반면 지난해 홍콩에 지역 본부를 둔 중국 본토 기업 수는 최소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기업 수를 앞질렀다.
일부 외국기업 임원은 홍콩은 이제 중국의 연장선으로 비칠 정도로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기에, 아예 중국 본토 쪽을 가거나 홍콩의 경쟁자인 싱가포르에 아시아 허브를 설립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회사가 홍콩에서 떠나는 점은 같다.
호주 은행들인 웨스트팩과 NAB가 이미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캐나다 최대 연금 기금 중 하나인 OTPP(온타리오 교직원연금)는 주식 선별팀을 철수시켰다. 캐나다 연기금 관리업체인 앨버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등은 홍콩에 지역 거점을 설치하려다 결국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미국 기업들로서는 미중 양국 갈등이 고조되면서 직원들을 홍콩에 배치하는 것도 더 어려워졌다. 과거 같은 중국의 고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고객들마저 중국 이외 지역에서 제조된 제품을 원하고 있다. 미국 회로 기판 제조업체인 TTM 테크놀로지스는 올해 홍콩을 떠났고,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홍콩은 낮은 세금, 잘 발달한 금융시장,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 등 여전히 많은 매력이 있다. 중국과 중동의 관계 확대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홍콩 당국은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동 최대 상공회의소인 두바이상공회의소(Dubai Chambers)는 올해 홍콩에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중동과 중국 시장 간 협력 촉진을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