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순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시장 조사·컨설팅 업체 세미컨덕터 인텔리전스(SI)는 올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은 '엔비디아(529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각 사가 발표한 9월까지의 결산 수치에 4분기 전망을 합산해 산출한 결과로, 엔비디아가 1위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위는 516억달러인 인텔, 삼성전자는 454억달러로 3위다. SK하이닉스는 212억달러로 7위에 랭크됐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반도체 매출 순위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업체는 한국의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AI반도체 열풍과 함께 급성장하고, 인텔이 반도체 패권 재탈환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삼성전자가 올해 순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같은 순위 변화는 공교롭게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프렌드쇼어링 정책의 강행과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의존도가 크게 낮아지며 올해 중국은 15년만에 미국의 1위 수입국에서 밀려난 상태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맞게 됐다. 전세계 최대 소비시장 미국에 납품할 IT제품의 반도체를 한국의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반도체를 직접 자체 제조하는 기업들만 모아놓은 것으로, 파운드리(위탁생산)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순위가 또다시 달라진다. 올해 대만 TSMC의 연간 매출 추정치는 최소 683억달러로 1위인 엔비디아를 앞선다. TSMC를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매출 순위는 4위까지 밀려나는 셈이다.
AI반도체의 발전과 함께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파운드리 기업들의 위상은 한층 높아진 상태다. 패키징은 반도체와 기기를 연결하기 위해 전기적으로 겉을 포장하는 공정이다. AI반도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에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함께 접목해야 하는 복잡한 패키징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간 반도체 설계와 생산 같은 전공정에 치중해 왔던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종합 서비스 기업 TSMC의 아성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파괴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AI반도체에 들어가는 고성능 D램, HBM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90%에 달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기술력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지정학적 변화와 신 기술의 등장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최강자 한국이 반도체 패권을 지켜나갈 수 있을 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석학들이 모여 이를 논의하는 포럼이 오는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한국경제TV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하는 '2023 글로벌 미래기술포럼'에는 미국 칩스법 제정을 총괄한 아론 로니 채터지 교수, 베스트셀러 '칩워'의 저자 크리스밀러 교수, 진대제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황철성 서울대 석좌 교수 등이 연사와 토론에 나선다. 세계 각국이 차기 반도체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지, 제2의 엔비디아가 될 반도체 유망 기업은 어디인지 등이 심도깊게 논의될 예정이다.
글로벌 증권·경제분야 리딩 미디어 기업인 한국경제TV는 ESG활동의 일환으로 해마다 이같은 포럼행사를 무료로 시민에 개방하고 있다. 참가는 온라인 사전신청(www.globalfuturetech.co.kr)을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