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대만의 주력 기업인 폭스콘에 대해 세무·토지 조사에 나서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郭台銘)이 대만 총통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총통선거 개입 의지를 노골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폭스콘은 미국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로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수십만 명을 고용한 기업이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만 애플 아이폰의 80% 이상을 생산한다.
23일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업계에선 중국이 자국 내 최대 5세대 이동통신(5G) 업체 화웨이를 전폭 지원하는 상황에서 경쟁 상대인 애플은 물론 대만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걸 고려해 폭스콘을 세무·토지 조사 대상으로 고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더해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총통 선거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 야권 분열로 독립 성향의 대만 집권당이 선거에 유리해지는 상황을 차단할 목적으로 이번 조처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궈타이밍은 내달 초까지 유권자의 1.5%인 29만명의 서명을 받으면 공식적으로 무소속 출마 자격을 얻게 된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독립 성향을 보여온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재집권 저지에 나섰으며, 친중 성향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의 당선을 가장 바라고 있다. 그게 여의찮다면 허우 후보와 중립 노선의 민중당 커원저 후보 간 단일화 후보의 당선을 차선책으로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궈타이밍이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 야권 표 분열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지난 14일 대만 타이완뉴스 보도에 따르면 세계도시발전교류협회가 여론조사기관인 트렌드에 의뢰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진당 라이 후보가 30.1% 지지율로, 민중당 커 후보(24.5%)와 국민당 허우 후보(17.3%),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11.3%)를 모두 앞질렀다.
궈타이밍이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약 10%의 지지를 얻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그의 불출마가 상대적으로 야권 후보들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 2020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국민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패하고 나서 무소속 출마를 고집하다 결국 불출마를 선언한 전력이 있다.
타이완뉴스는 또 국민당과 민중당이 총통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라이 후보와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TECRO) 대표인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 조합에 승리한다고 보도했다.
궈타이밍이 출마를 접으면 '3자 대결'이 아닌 '양자 대결'로 좁혀지면서 야권 단일 후보의 파괴력이 배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만큼, 중국의 폭스콘 세무·토지 조사 착수는 단순한 경제적 조치가 아니라 대만 차기 집권세력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의지가 투영된 정치적 결정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라이 후보는 전날 유세에서 대만 기업을 상대로 '중국 편들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중국의 폭스콘에 대한 세무·토지 조사를 겨냥한 뒤 그런 조처는 결국 대만과 중국 모두에 상처를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궈타이밍 후보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삼갔으며, 친중 이미지가 씌어 있는 허우 후보 역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만 내에선 총통선거가 불과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폭스콘 세무·토지 조사를 시작으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위협은 물론 경제적 압박이 더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9일 대만의 중국 상대 무역장벽에 대한 조사를 대만 총통선거 하루 전날인 내년 1월 12일까지 3개월 연장한 바 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대만이 농산물과 5대 광산·화공 제품(석유·금속광물·폐기물 연료·코크스·연탄), 방직품 등 중국산 2천455개 품목에 대해 수입 금지하는 무역 제한 조치를 대상으로 무역 장벽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