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은 매각 신호에 올해 초부터 크게 들썩였던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1년도 안돼 위축되는 분위기다. MG손해보험에 이어 KDB생명 매각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KDB산업은행은 하나금융으로부터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2개월 이상 실사를 하는 등 장고에도 거부를 결정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전략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KDB생명 매각 중단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업계는 KDB생명의 취약한 재무구조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과 조치 적용 전 기준 KDB생명의 신지급여력비율(K-ICS)는 67.5% 수준으로 보험업법상 적정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KDB생명 인수가는 2천억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이후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만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자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산업은행은 6차 매각에 대해 미정이라고 밝혔지만, 건전성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이상 재매각까지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연 이은 불발…보험사 인수 시장 냉랭
KDB생명 매각 불발에 앞서 지난 5일 MG손해보험 매각 예비입찰에 사모펀드 한 곳 만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국가계약법을 이유로 입찰이 유찰됐다.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인수 관련 투자 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JC파트너스는 예금보험공사의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의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해당 방식은 우량 자산과 부채를 선택적으로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MG손보 인수자가 우량 자산과 부채만 챙기면 대주주인 JC파트너스의 지분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보는 재 매각 추진 등 향후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JC퍼트너스가 MG손보 입찰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거듭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아직 남았다…'매각 시도' 보험사
현재 매각을 준비 중이거나 가능성이 있는 보험사는 ABL생명,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등이다. ABL생명의 경우, 입찰에 사모펀드 운용사 노틱인베스트먼트,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2곳에 이어 다른 금융사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현재 ABL생명의 대주주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이다. 가격 협상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동양생명도 매각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롯데손해보험은 매각 주간사로 JP모간을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 롯데손보는 사모펀드 운영사인 JKL파트너스가 7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JKL파트너스가 해외 인수자를 적극 물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 또 다른 난관…사모펀드 인수 등 변수 다양
다만, 이들 보험사 관련 매각 참여 기관으로 사모펀드만 부각되는 점은 난관이 될 전망이다. MG손보의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MG손보 인수 후에도 관련 변수가 계속해서 걸림돌이 됐다. 최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의 과도한 사적 이익 추구가 도마 위에 오른 점 역시 이런 우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업계는 국내 주요 금융사가 인수자로 나서길 원하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의사를 밝힌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우리금융지주가 거론되지만 임종룡 회장이 보험사 인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 등으로 현재 금융 시장에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할 보험사라는 점에서 가격 뿐 아니라 대주주의 안정성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