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도하는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압구정3구역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서 고발전이 난무한데 이어 최근엔 조합원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나며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입니다.
양현주 기자가 현장에 직접 가봤습니다.
저는 지금 설계업체 선정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압구정 3구역에 나와있습니다.
앞선 1차 선정이 무산되고 똑같은 업체들이 다시 재공모에 나선 만큼 신경전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을 설계할 업체 선정이 화제가 된 것은 300억 원에 달하는 설계비 때문입니다.
지난 7월 열린 총회에서 업계 1위 다툼을 벌이는 두 곳 중 희림 건축이 당선됐지만 용적률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서울시가 희림건축을 사기·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는데, 일부 조합원들이 서울시 공무원을 맞고발하는 사태가 발생한 겁니다.
조합은 희림 건축의 설계자 자격을 취소한 뒤 재공모에 나섰는데, 재건축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주민들 반응은 초조합니다.
[지수연 / 압구정 3구역 주민: 답답하게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집도 이미 오랫동안 기다려온 재건축인데 이런 문제 때문에 계속 미뤄지다 보면 또 무산이 되는게 아닌가 걱정하는 거죠.]
재공모 투표 시 '빠른 재건축'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임채숙 / 압구정 3구역 주민: (아들이) 내년이면 초등학교 들어가고 하는데, 입학하자마자 갑자기 학교를 옮겨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지금은 그런 문제가 급하지. 어느 브랜드가 선정되는지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가 주도하는 신속통합기획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흥일 / 압구정 3구역 주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 물리적으로 무리한 계획이란 걸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희림이나 해안이나 서울시 안대로 갈 것 같으면 주민들에겐 의미가 없다고 봐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신통기획안이 아닌 1 대 1 재건축을 주장하는 '주민참여감시단'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조합장이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신속통합기획안을 무리하게 진행한다는 이유에 섭니다.
이들은 1 대 1 재건축이 오히려 분담금을 낮추고 가구당 평수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합니다.
[이우복 / 주민참여감시단 워킹그룹위원장: 1 대 1 재건축을 하면 공용으로 빠지는 부분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전용 면적이 훨씬 늘어나고…]
주민들 사이 내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신통기획을 반대한다는 반조합 측 현수막과 사실 왜곡을 중단하라는 조합 측 현수막이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현재 주민참여감시단이 추진 중인 신통기획 철회 동의서 수는 조합원 수 20%에 달하는 1천여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들은 다음 달 말까지 조합원 수 3분의 1을 채우겠다는 목표입니다.
향후 조합이 재건축 진행을 위해 정비계획 입안 절차에서 조합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저지하겠다는 겁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풀어야 할 숙제를 짊어지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