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북부 최전선 지역의 민간인 시설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수십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 BBC, CNN 방송이 보도했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적군이 오후 1시 15분께 쿠피얀스크 지역의 흐로자 마을에 있는 카페와 상점을 공격했다"며 "당시 많은 민간인이 그곳에 있다 변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8세 소년 1명을 포함한 민간인 최소 5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와 실종자도 각각 6명, 3명으로 파악됐다.
시네후보우 주지사는 사망자가 모두 민간인인 마을 주민이라면서 "이 마을 인구 5분의 1이 단 한 번의 테러 공격으로 스러졌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러시아 측 단일 공격으로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나온 사례 중 하나로 꼽힐 전망이다.
쿠피얀스크는 지난해 러시아에 약 반년 동안 점령됐다가 우크라이나가 수복한 동부 최전선 지역이다. 이후 이곳에서는 러시아군의 크고 작은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미사일 공격을 당한 흐로자 마을에는 군사 시설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르키우 지역 경찰 당국 수석 수사관 세르게이 볼피노프는 "모든 이는 지역 주민이고 민간인이다. 단 한 명의 군인도, 단 하나의 군사 표적도, 단 한 대의 군용 차량도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장에서는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 잔해가 회수됐다고 볼피노프는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면서 "이스칸데르는 분명 거대한 미사일이다. 이곳 건물이 완전히 파괴된 걸 보라"고 말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도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이번 공격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구조대원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잔해를 헤치며 구조, 수색 작업을 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피해자 시신 수습도 이뤄지고 있다. 시신이 너무 많이 훼손돼 DNA 분석을 통해 사망자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볼피노프는 말했다.
이날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3차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 채널에서 공습 사실을 알리며 "러시아의 테러는 중단돼야 한다"고 규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겨냥했다면서 "러시아군이 자기가 어디를 공격하고 있는지 몰랐을 리 없다. 이는 무작위 공습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번 공격에 대해 '끔찍하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이들과 식료품점에 가서 저녁 식사로 뭘 만들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폭발하고 시체가 사방에 널리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가"라면서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용감한 국민들이 자유를 위해 싸울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