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이나 기초보장급여와 같은 국가의 금전 지원이 노인 우울감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2023년 한국복지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노인 다차원적 빈곤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전소득의 조절적 역할에 관한 탐색적 연구'(가톨릭대학교 송치호) 논문에 따르면, 한국복지패널 15차(2019년)∼17차(2021년) 자료를 토대로 노인 빈곤과 우울감 사이에서 공·사적 이전소득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먼저 3년간 패널 조사에 응답한 65세 이상 노인 3천636명에 대해 소득, 주거, 의료, 교육 등 4가지 차원의 빈곤 여부와 우울감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더니 빈곤이 우울감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
즉 빈곤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 정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가구 가처분소득이 중위값의 50% 미만일 경우(소득), 주거비 지출이 가구소득의 30% 이상이거나 최저주거기준 가구원수별 면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주거), 의료비 지출이 가구소득의 40% 이상일 경우(의료), 고졸 미만일 경우(교육) 빈곤하다고 판단했다.
우울감은 11개 문항으로 이뤄진 'CES-D'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빈곤이 우울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보장급여 등 '공적이전'과 민간보험, 가족지원(자녀 등으로부터의 지원) 등 '사적이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공적이전 중 기초연금과 기초보장급여만 우울 정도를 덜어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연금 혹은 기초보장급여를 수급하는 경우 빈곤 위험이 있는 경우나 없는 경우 모두에서 수급하지 않는 경우보다 우울감이 적었다. 기초연금과 기초보장급여는 정부가 주는 대표적인 현금성 급여다.
반면 국민연금은 빈곤 여부와 상관없이 수급자의 우울감이 비수급자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급여 수준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 국민연금이 우울감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민간보험 수급이나 가족 지원이 '빈곤의 우울'을 줄이는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족지원을 받는 경우 빈곤 위험이 있든 없든 우울감이 지원이 없는 경우보다 오히려 높았다.
가족으로부터의 사적이전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겠지만, 경제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해 정신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논문은 "노후의 경제적 불안정은 개인적 차원의 접근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며 "다른 선진 복지국가들과 비교할 때 불명예스러울 정도로 높은 한국의 극심한 노인빈곤 감소를 위해 정책 개발과 실행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은 2021년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으로 높다.
노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9년 기준 46.6명으로 이 역시 OECD 회원국 중 최고다.
지난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의 노인빈곤과 노후소득보장'(여유진)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인구 비율이 14%에 도달한 시점의 국내총생산(GDP) 중 노인 공적이전 지출 비중은 한국이 주요국에 비해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오스트리아, 독일, 스웨덴, 덴마크, 벨기에, 노르웨이, 영국은 평균적으로 GDP의 7.05%를 노인 공적이전 지출에 썼지만, 한국은 이런 비율이 2013년(노인인구 비율 12.2%) 기준 2.23%에 그쳤다.
(사진=연합뉴스)